청소년 동아리를 찾아서 _ 로봇 동아리 ‘강맨’

로봇에 빠진 아이들 “우리는 미래의 로봇 공학자”

동아리 활동 통해 로봇 공학자의 꿈 키워요

지역내일 2013-05-15 (수정 2013-05-15 오후 12:47:14)

지난 5일 동안청수년수련관 앞마당 동아리페스티벌 현장. 무대 위에서는 댄스, 마술 등 공연이 한창인데,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부스가 있다. 어린이날을 맞아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움직이는 로봇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리모컨을 조작해보며 로봇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울상을 짓기도 한다.
옆에서 어린 꼬마들의 로봇 조작을 도와주고 있는 학생들. 이들은 바로 수련관 로봇동아리 ‘강맨’ 회원들이다. 어린이들 틈에서 로봇 조작을 열심히 도와주고 있는 ‘강맨’ 회원들을 만났다.


‘로봇공학자’가 꿈인 우리, 함께 하니 즐거워요!
로봇 동아리 ‘강맨’이 동안청소년수련관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3월. 회장인 오복성 군을 비롯해 초등생 3명, 중학생 4명 등 총 8명으로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로봇 매니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학교나 또래가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연령층도 다양한 강맨 회원들. 이들은 어떻게 모이게 되었을까?
회장인 오 군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각종 로봇대회 등에서 만나 서로 친분을 쌓고 로봇에 대해 공감대를 나누던 사이”라며 “마침 수련관의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으로 같이 모여 연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이 있어 적극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회원이 초등학생, 중학생인데 반해 회장인 오 군은 대학생으로 동아리 내에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양명고 2학년 때 학교 로봇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로봇을 접하게 되었다는 오 군. “당시 로봇동아리 활동은 로봇 공학자의 진로를 정하게 해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로봇대회를 준비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정을 쏟았던 그 시간이 매우 소중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세계로봇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2)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지금은 대학에서 무인태양광자동차 연구 등 로봇공학자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특히, 오 군은 ‘강맨’ 활동을 통해 본인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이나 로봇에 대한 열정을 후배들과 나누고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어 했다. 


학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 동아리 활동에서 배워
로봇 공학자를 꿈꾸는 또 다른 회원 김다경(부림초6) 양. 다경 양은 강맨의 유일한 여자 회원이다. 4학년 때 엄마를 졸라 레고센터에 다니면서 로봇을 접하고 푹 빠졌다는 김 양은 “지금은 레고센터를 그만두고 동아리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학원에서는 진도에 맞춰 수업을 듣고 따라가야 하지만 동아리에서는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 양은 벌써 진학목표도 확실하게 세워두었다. “저는 디지털미디어고에 진학해 로봇공학자가 되기 위해 프로그래밍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범계중 1학년인 오혁민 군도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로봇학원 그만 둔 케이스. 범계초등학교 3학년 때 과학영재반에서 로봇을 접하고 과학기술부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기회로 로봇에 빠졌다는 오 군은 “동아리에서는 다양한 로봇을 접할 수 있고 같은 꿈을 가진 형이나 친구들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말했다. 로봇 중에서도 휴머노이드나 재난로봇에 관심이 있다는 오 군.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듯 했다.


꿈을 찾고 진로를 정하니, 공부가 더 잘 돼요
아무리 동아리 활동이 좋다지만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은 아닐까?
회장인 오 군은 “동아리 활동과 대회준비로 한창 바쁘던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가 오히려 성적이 제일 좋았다”며 “그 전에는 목표 없이 해야 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재미없게 공부를 했었는데, 로봇을 접하면서 수학의 공식이나 개념을 로봇에 적용해 보면서 오히려 수학공부가 더 잘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이후 목표를 정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대학진학을 할 수 있었다고. 오 군은 “무조건 성적에 맞추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대학에 온 아이들과 달리 목표와 진로가 확실하고 본인이 선택해서 온 친구들은 대학생활도 훨씬 즐겁게 하고 활동도 능동적으로 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중 3학년 김지환 군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목표를 정하니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로봇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양명고에 진학해 입학사정관 전형 등을 통해 기계공학을 전공해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양남초 5학년 때부터 로봇을 접했다는 김 군은 “2011년 ‘FLL KOREA 2011’에서 로봇디자인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로봇에 빠지게 되었다”며 “실제 로봇을 제작하는 하드웨어 쪽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같은 로봇공학자라도 본인이 그 중에서도 더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있었고, 자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로봇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완구조립품 정도의 로봇이나 TV·영화에서 보여 지는 미래 로봇을 상상하던 리포터. 행사에 쓰이는 로봇이 모두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제작하고 움직임까지 프로그래밍 한 것이라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꿈과 목표가 확실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또 같이 나누는 ‘강 맨’ 회원들. 아직은 어려보이지만 ‘로봇공학자’로서의 이들의 미래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 아닐까.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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