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고령화 가족’

위로받고 재충전 할 수 있는 가족 드라마

지역내일 2013-05-13

가족 구성원의 협력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이 삶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면서 언제부턴가 가족은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기대고 싶은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영화 ‘고령화 가족’은 가족보다 개인이 앞서는 시대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평균 연령 47세, 나이 값 못하는 ‘고령화 가족’
평화롭게 살고 있는 엄마(69세, 윤여정) 집에 나이 값 못하는 가족들이 갑자기 몰려든다. 큰 아들 한모(44세, 윤제문)는 엄마 집에 얹혀살며 먹고 뒹구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하는 일 없는 백수다. 나이만 많은 것이 아니라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엄마, 엄마’를 외치는 철없는 아들이다. 집안의 유일한 고학력자 둘째 아들 인모(40세, 박해일)는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해 인생을 포기하려는 순간,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엄마 집에 들렀다가 아예 눌러 앉는다.
두 번 이혼하고 엄마 집으로 들이닥친 셋째 딸 미연(35세, 공효진)은 연애감성이 지나치게 발달해 이혼하자마자 세 번째 결혼을 준비 중이다. 비록 엄마 집에 딸까지 데리고 얹혀살게 되었지만 자식 중 유일하게 수입이 있어 가족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 미연의 딸 민경(15세, 진지희)은 미연을 꼭 닮은 되바라진 사춘기 중학생으로 가출까지 감행한다. 극단적인 구성원들이 모여 매일 티격태격하는 콩가루 집안이지만 크고 작은 가족의 위기 앞에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한심스러운 막장 가족이지만 따뜻하다
‘고령화 가족’은 모이기만 하면 서로 발로 차고 헐뜯는 극단적인 막장 가족이다. 더구나 영화 중반에 밝혀지는 가족 탄생의 내막을 알고 나면 콩가루도 그런 콩가루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따뜻하다. 그 중심에는 철부지 자식들을 조건 없이 보듬어주는 엄마가 있다. 일흔 가까운 나이에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도 빈둥거리는 자식들이 먹는 것만 봐도 흐뭇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는 닭백숙, 삼겹살 등을 게걸스럽게 먹는 밥상 신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이 사는 집은 푸근하다. 수수한 집이지만 구석구석 엄마의 손길이 느껴진다. 특히 주방은 소박한 살림이지만 언제든 자식들을 위해 따뜻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비춰진다. 마치 80~90년대 우리 어머니들의 주방을 보는 듯하다.
험악하고 거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큰 아들 한모는 미워할 수 없는 따뜻한 캐릭터다. 동생을 위해 감방가기를 자처하고, 가출한 조카를 찾기 위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사기행각에 가담한다. 또, 동생이 위기에 처하자 기꺼이 몸을 던지기도 한다. 가족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영화 후반부는 다소 무거워지는 것 같지만 결말은 역시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함께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가족’
아플 때, 하던 일이 잘 안될 때, 우울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누구를 떠올릴까. 남편, 아내, 부모, 자식 등 진심으로 위로해 줄 대상을 찾을 것이다. 친구나 이웃도 있겠지만 십 수 년 내지 수십 년간 감추고 싶은 속사정까지 공유하며 살아온 가족만큼 기댈만한 버팀목이 있을까. 영화 ‘고령화 가족’은 극단적인 막장 캐릭터의 설정으로 가족이야말로 서로 못 볼 것까지 다 들여다본 공동체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가족끼리는 더 아옹다옹 하면서도 서로 편하게 기대고 의지하는지도 모른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천명관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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