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많이 속상했지? 나랑 이야기하자”

함박초교, ‘또래조정관’ 제도로 다툼 줄고 교우관계 좋아져

지역내일 2013-05-08

연수동에 자리한 함박초등학교에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특별한 감투가 있다. 반장, 부반장도 아니고, 회장, 부회장이 아닌 바로 ‘또래조정관’이다. 파란 조끼를 입은 ‘또래조정관’들은 학기 중 다투거나 갈등이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중재도 하고, 오해도 풀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특별하고도 중대한 일을 맡고 있다.



부모, 교사보다 친구가 먼저인 아이들 
사춘기 아이들의 경우, 고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의논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부모 마음이야 제일 먼저 부모에게 달려와 상의했으면 싶겠지만 현실은 부모나 교사보다 친구를 더 먼저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른들보다 또래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해줄 것 같고,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훨씬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들의 이런 특성에 맞춰 일선 학교에서는 또래 아이들을 교내 상담가로 활용하고 있다. 함박초등학교의 ‘또래조정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늘도 또래조정관 ‘임무 이상무’
성재는 오늘도 파란 조끼를 입고 등교하며 마음이 설렌다. 이 조끼는 4학년이던 지난 2012년 여름방학 중에 15시간의 또래조정관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2학기가 시작되던 날, 또래조정관 임명장 수여식 때 교장선생님께서 입혀주신 거다. 급식실 출입문에는 2013년 또래조정관으로 임명된 4~6학년 또래조정관들과 함께 사진도 붙어있다. 사진을 볼 때 마다 친구들과 후배들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감이 생긴다. 이런 자신감으로 5학년이 되어서는 학급 반장도 되었다.
4학년 김예진, 조민채 학생은 같은 반 친구인 또래조정관이다. 어느 날 수업 중에 다문화 가정 여학생과 한 남학생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앞뒤로 앉아 있던 두 학생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남학생은 별다른 의도 없이 무심결에 다문화가정을 비하하는 말과 행동을 했다지만 그 말은 다문화 가정의 여학생에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으로 둘 사이에는 큰 싸움으로 번졌다. 악의 없는 실수였지만 두 친구 사이에는 차가운 기류가 흘렀다.
또래조정관인 두 친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예진이는 다문화 가정의 여학생을, 민채는 남학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남학생에게는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해도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한 만큼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했으며, 여학생에게는 고의성이 없음을 설명해주고, 같은 반 친구로서 너그러이 용서해 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두 친구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해한 덕분에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



갈등 조정은 물론 또래상담사 역할까지 
인천함박초등학교는 다툼과 갈등이 없는 행복한 학교를 추구하며 또래조정관 제도를 시작했다. 2012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 4학년과 6학년 중에서 친구관계가 좋고 친구들 이야기를 잘 들어 주며 공정함을 가진 학생들을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아 학급당 2명씩 선발했다. 이들은 여름방학 때 전문상담선생님으로부터 15시간 동안 자의식, 경청(마음 읽기), 공감하기 대인관계 능력, 조정·상담능력, 리더십 등 조정관으로 필요한 자격 교육을 받았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다툼과 갈등이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활동한 내용을 일지에 기록한 뒤 어렵거나 부족한 부분을 상담선생님에게 지도 받는다. 학기 중엔 학년별 또래조정관끼리 1시간 소양교육을 받고 다음 방학에는 상담능력 향상을 위한 6시간의 보수교육을 받는다. 친구나 동생들의 다툼이나 갈등을 조정하며 부족했던 점을 배우는 시간이기에 자격교육 때 보다 더 진지하다. 새로 4~6학년이 된 학생들도 지난겨울 방학 때 15시간의 조정관 자격 교육을 받고 활동 중이다.
홍성희 교사는 “지금은 또래조정관이 되기 위한 자격조건을 알기 위해 상담교사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또래조정관에게 6시간 보수교육을 하고 3학년에서도 또래조정관을 선발하여 자격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다툼이 있을 때 또래조정관을 찾는다. 친구나 선배 조정관이 잘 들어주고 조정해 주니 해결이 잘 되어 다시 친하게 지낸다고 좋아한다. 가끔 또래조정관으로 해결이 안 될 때는 상담교사의 도움을 받는다. 이제는 고민이 생겨도 또래조정관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또래조정관이 또래상담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난순 상담교사는 또래조정관 활동 이후 학생들 간의 다툼도 줄고 사소한 일로 상담선생님을 찾아오는 학생도 줄었다고 한다. 상담교사도 경미한 갈등이나 상담으로 위클래스에 찾아오는 학생들은 조정관에게 보낸다.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성재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복도와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동생들의 노는 모습을 살핀다. ‘오늘은 어떤 친구가 내 도움이 필요할까?’
인천함박초등학교에는 22명의 또래조정관이 조정과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학생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며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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