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산길

초록잎 짙어지는 힐링 5월 등산길

지역내일 2013-05-08 (수정 2013-05-08 오전 11:36:28)

봄이 절정이다. 산마다 노란 꽃, 분홍 꽃, 보라 꽃이 햇빛을 받아 방실거리고 초록잎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며 등산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래서 봄 산행은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체력 단련을 목적으로 떠나는 산행은 조금 미뤄두자. 발걸음이 알아서 속도를 늦추면 늦추는 대로 멈춰서고, 호흡이 깊어지면 깊게 숲 속의 향기에 취해 보면서 마음껏 산을 즐겨보자. 험준한 산이 아니어서 더 좋다. 먼 산 힘들여 갈 수고도 필요없다. 운동화와 가벼운 차림이면 만나볼 수 있는 동네 산으로 내일신문 리포터 셋이 힐링 산행을 떠났다.


관악산
야생화 활짝 핀 자연학습장
관양중학교에서 시작하는 관악산 등산길은 약수터를 오가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분주한 길이다. 10여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첫 번째 약수터, 청심약수터가 보이고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과 그네를 타는 아이들, 만남의 광장 벤치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롭게 보인다. 오랜만에 들러본 자연학습장에는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활짝 피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빨강 파랑 주홍빛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몇 컷 사진을 찍더니 이내 포토존으로 자리를 옮긴다. 얼굴만 내밀면 다람쥐도 되고 귀여운 원숭이도 되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어른까지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자연학습장을 지나면 맨발로 걷는길이다. 한 동안 이곳에만 오면 등산화를 벗어던졌던 기억이 있다. 맨발로 흙의 감촉을 느끼고 나면 부풀어 올랐던 상처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 고요해지곤 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훌훌 털며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자 울창한 산림이 하늘을 가렸다. 한발 한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윽한 향기가 맑은 기운이 되어 온몸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느릿느릿 노송나무 숲길을 걸어 가파른 언덕에서 숨을 한 번 몰아쉬고 나니 어느새 전망대. 평촌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맨발로 걷는 흙길, 그늘 많은 숲길, 암벽 타는 재미까지
관악산(冠岳山)은 서울특별시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도 안양시와 과천시에 걸쳐 있는 높이 629m의 산이다. 관악이란 이름은 산의 모양이 마치 관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경기 오악(五岳)의 하나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가 많으며, 계곡이 깊어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특히 등산로와 약수터가 곳곳에 있고 바위길과 우회로, 지름길도 있어 체력과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안양유원지를 시작으로 서울대 실습림, 팔봉능선과 연주암, 연주대로 가는 코스는 운치가 있고 아기자기한 등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관양동 현대아파트를 시작으로 삼림욕장, 약수터를 거쳐 6봉정상, 8봉정상, 주능선, 연주대와 연주암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흙길과 그늘이 많은 숲길, 조망이 좋은 암릉길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코스로 손꼽힌다. 이외에 안양예술공원을 시작으로 삼막사로 오르기도 하고, 과천전화국을 시작으로 만남의 광장, 과천향교로 해서 깔딱고개 약수터 갈림길을 거쳐 연주암과 연주대로 오르기도 한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모락산
산세 험하지 않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산
모락산은 의왕에 있는 높이 385m의 산이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충격을 받은 세종대왕의 넷째아들 임영대군이 현재의 모락산에 올라 옛 중국의 수도인 낙양을 바라보고 예를 올렸다고 해서 ‘사모할 모(慕)’, ‘서울이름 락(洛)’을 써 ‘모락산’이라 했다고도 하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산에서 사람들을 몰아 죽였다는 의미로 모락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락산은 그 어떤 의미보다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인식된다. 특히 모락산의 묘미는 가족이나 어린아이를 동반할 때 더욱 드러난다.
등산코스 대부분 2~3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해서 초보산행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 코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계원예대 후문, 오전동 LG 아파트, 고천동 개나리 아파트와 포일 약수터에서 각각 등산을 시작, 정상에 도달한 후 원위치로 되돌아가거나 다른 등산로로 하산하면 된다.
모락산은 정상을 정복하려는 사람도 많지만, 사인암이나 깃대봉을 목표로 출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가 바로 계원예대에서 시작해서 사인암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LG 아파트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나, 아니면 바로 그 반대의 코스이다. 등산코스가 산책로처럼 잘 정비된 편이라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의왕대간을 한눈에
지난 수요일, 모처럼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만 데리고 모락산을 찾았다. 아이에게는 첫 산행인지라 일단 목표는 천천히 가도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인암으로 정했다.
출발은 계원 예대 후문. 초입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연초록빛은 더없이 환하고, 작지만 이름 모를 꽃들도 반갑다.
길은 대부분 험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가팔라져도 나무다리를 설치해 두어서 아이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니 안양, 의왕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백운산부터 매봉까지 이어지는 의왕대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아울러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는 초록 이파리로 산은 온통 초록빛이다. 눈이 시원하다.
출발부터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목표로 삼았던 사인암이다. 우뚝 솟은 사인암 바위에 올라서니 정상 저리 가는 장관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첫 산행인 아이의 체력을 감안해서 잡은 짧은 등산이었지만 전망대는 물론 사인암까지의 볼거리가 많아 알찼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수리산
도심 가까이에서 만나는 자연 ‘수리산 산림욕장’
지난 주말,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수리산 산림욕장이 북적였다. 화창한 날씨 덕에 근처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가족 단위, 또는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봄을 맞은 산림욕장이 활기를 띠었다.
수리산 산림욕장은 안양시와 군포시 경계 부분의 수리산(修理山)에 조성돼 있다. 총면적 159만 4000㎡에 국유림이 28만㎡, 사유림이 131만 4000㎡ 규모다.



태을봉과 관모봉 정상까지 연결되는 10.33㎞ 길이의 순환 산림욕로와 숲속다람쥐교실, 북 카페, 피크닉장, 시가 있는 숲, 건강 발 지압장 등 다양한 주제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길도 완만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평탄하게 걸을 수 있는 길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특히 ‘은판나비 북 카페’는 ‘책 읽는 군포’ 사업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양심과 자율에 의해 운영되는 무인 북 카페로 아이들 동화책과 위인전, 여성잡지, 경제서적 등 다양한 종류의 책 100여권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곳에서 만난 이지숙(41. 군포 산본동)씨는 “집 근처라 자주 들른다. 아이들과 산림욕도 하면서 함께 책을 읽으면 분주한 일상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의 양식도 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완만한 등산로와 함께 조성돼 있는 ‘시가 있는 숲’도 눈길을 끈다. 등산로를 따라 시가 적힌 푯말들이 세워져 있는데, 산을 오르며 시를 읽으니 힘든 줄 모르겠고 기분도 색다르다.
이곳에는 숲 체험을 하러 나온 어린이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숲 해설가의 안내에 따라 산림욕장 구석구석을 돌며 나무와 숲, 새와 곤충 등에 대해 듣고 배운다. 수리산은 다양한 식물군과 조류, 곤충류 등이 서식하고 있어 아이들 자연학습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밖에도 쉬어 갈 수 있는 쉼터와 대여섯 곳의 약수터도 마련돼 있다.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체력단련용 운동시설과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으며 산 속에는 노랑바위계곡 등 3개의 계곡도 있다.
슬기봉, 태을봉 등 수리산의 주요 봉우리와 산사 등을 돌아보는 다양한 등산 코스도 유명해 많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연중 무료 개방에 찾아오는 교통편도 편리해 원하는 시간에 부담 없이 찾기 좋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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