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에는 대표명소 16곳이 있다. 백운호수와 왕송호수, 모락산 등의 자연경관 8경과 문화예술길, 성 라자로 마을, 철도 박물관, 도깨비 도로 등 도시경관 8경이다. 따뜻한 봄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나들이 떠나기 좋은 의왕의 명소를 찾아가 보았다.
단짝 친구와 인근에 살면서도 봄나들이 한 번 다녀오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에 애써 미안한 마음을 감추었는데 문득 친구가 하우현 성당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무신론자인 친구인지라 막연히 주위 경치가 장관인가 보다 짐작했는데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오래전 잡지에서 본 하우현 성당의 모습이 그림처럼 고왔다고.
얼마 전 새로 시작한 일로 적지 않게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친구. 왠지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다고 했다.
작은 성당 하나, 사제관 하나…작아서 더욱 마음 가는
청계산과 광교산맥을 잇는 골짜기에 자리 잡은 하우현 성당은 1894년 건축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성당이다. 200여명의 신자들이 있는 성당은 동화책이나 영화 속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것 같은 하얀 건물이다. 평일이라 시간은 멈춘 듯 조용하고 벚꽃 잎만 소리 없이 소복이 쌓이는 가운데 성당이 햇살처럼 환하다. 문득 친구가 굳이 하우현 성당에 오고 싶다고 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성당 내부는 지친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 편안하게 미사를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이미 미사가 진행되고 있어 성당 안은 살짝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지만, 입구의 김대건 신부님 초상화를 보며 듣는 성가는 그 자체로 지친 심신을 다스려 주었다. 문 너머로 드문드문 들리는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닌 바로 내 마음가짐이다’ 라는 말씀도 답답한 마음을 꿰뚫은 듯 공감이 간다.
바로 옆의 사제관은 돌로 만든 몸체에 골기와 삼각 지붕 형태의 팔자지붕을 얹은 한불절충식의 독특한 양식이다. 보기 드문 모양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기도 지정기념물 176호란다.
사제관 앞에는 주보 신부인 성 서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님의 동상이 서 있다. 조선 말기에 천주교의 전파를 위해 활동하던 12명의 신부 중 한 분이다. 하지만 천주교 박해는 이곳도 피해 갈 순 없었고 성 서 루도비꼬 볼리외 신부도 안타깝게도 20대에 순교했다. 찬란한 젊은 시절에 순교하신 신부님 동상 앞에서 순간 세상사의 숱한 고민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십자가의 길’, ‘성모상’ 등 소박한 아름다움 지닌 장소 많아
성당 왼편으로는 ‘십자가의 길’을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에서 못박혀 죽을 때까지 중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보통 14가지인데 하우현 성당은 15가지로 표현해놓았다.
성가정 동산과 성모 동산도 정성스레 가꾸어진 곳이다. 작은 성당에 어울리는 소박한 동산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감이 간다. 연초록빛 풀잎 위에 이름 모를 작은 꽃들. 거기에 거짓말같이 튤립이 한두 송이 피어있어 이국적이다. 그 위를 하얀 나비가 날아다닌다. 바람은 선선하고 햇볕은 따스하다.
십자가의 길을 지나 삼사 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있는 하우현 카페는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신자들이 직접 운영하며 수익금은 전액 성지개발에 사용된다. 이곳 역시 신발을 벗고 들어가 친구 집같이 정겹다. 거기에 신자가 아니어도 반갑다는 환한 눈빛, 정성스런 차 한 잔. 천천히 둘러보고 가라는 잔잔한 미소는 수다스러운 친절이 아니어서 더욱 고맙다.
성당을 둘러보는 내내 말이 없던 친구의 얼굴은 한결 편안하다. 친구는 각박한 세상에서 모처럼 마음을 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아무것도 묻지 않아 좋았다고 한다. 하우현 성당의 따뜻함에 빠진 것일까. 사제관 옆 돌담길에서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낮잠을 즐기던 고양이처럼. 더없이 마음이 평온해진다.
주윤미 리포터 sin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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