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훈의 아빠심리학 5

등교 거부

지역내일 2013-05-02

새 학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학기 초에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면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참 답답한 것이 무조건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아이들이다. 초등학생은 어르고 달래서 보내보기도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부모의 회유와 강압도 통하지 않는다. 남자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체격이 엄마를 위협할 정도고 눈빛까지 공격적이라면 엄마가 감당할 수준을 뛰어넘는다. 

아빠의 권위도 예전만큼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다. 아빠가 말할 때는 조용히 듣고 있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 따르긴 하지만 아빠가 없으면 금방 제자리다. 처음에는 아프다고 하면서 가끔 빠지더니 이젠 무작정 등교를 거부한다. 스스로는 가려고 하지 않아서 학교 앞까지 태워다주고 건물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출근을 하지만 학교에서 또 연락이 온다.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를 아이 입을 통해서 알아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이유야 어찌됐던 학교가 다니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다. 

아빠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던 적이 있다. 무리 없이 잘 다니던 직장이었는데, 새로 들어온 윗사람이 기존의 직장 관행을 인정하지 않고 너무 과도한 업무량을 주면서 말도 거칠게 해서 회의를 하고 나면 무시당한 기분에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안 왔다. 처음엔 잘 받아주던 아내도 급기야 폭발해서 한동안 부부싸움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학교 안가는 아이에게 ‘새로 들어온 윗사람’ 역할을 하는 것은 대개 진학 자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가건, 1학년에서 2학년이 되건, 진학을 하고 학년이 올라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능력을 요구한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면 교과 과정도 복잡해지고, 또래 관계에서도 미묘한 상황에서 판단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는 암기 잘 하는 아이가 성적이 좋고, 성적이 좋으면 대개 또래 관계도 문제가 없지만 중학교는 다르다. 암기만으로 성적을 유지할 수 없으니 자존심을 유지할 수 없고, 이렇게 떨어진 자존심은 또래관계에도 영향을 줘 아이를 고립시킨다. 

학교를 안 간다고 할 때는 이미 아이가 상당 기간 고통감을 겪고 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학교를 억지로 보내면 아이의 고통감만 키울 뿐이다. 등교거부는 여전히 극심한 고통감의 표현이다. 일단 쉬게 해주자. 쉬어서 고통감이 줄어들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지우심리상담센터 성태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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