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진료를 하다보면 미리 겁을 먹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어제 변을 보는데 변기가 온통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암이 아닐까 걱정이 되어 왔습니다" 라고 하며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 진료 후 "치핵에서 생긴 출혈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며칠 약물치료하면 좋아지겠습니다" 라고 하면 얼굴이 다시 밝아져 좋아하며 돌아가곤 한다. 반대로 어떤 환자는 "어제 출혈이 조금 되었는데 약이나 조금 처방받아 먹어보려고 왔습니다"라고 하며 병원을 찾은 사람은 의외로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 항문출혈은 동반증상의 양상에 따라 출혈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다. 통증의 유무, 혈액의 색깔, 악취의 유무, 대변과의 관계에 따라 진단을 달리 할 수 있다.
우선 항문에서 생기는 출혈은 대변시에 뚝뚝 떨어지거나 피가 대변겉에 묻어 나오는 경우, 혹은 휴지로 닦을 때 묻는 경우이다. 항문출혈의 흔한 원인은 치핵과 치열인데 치핵인 경우는 전혀 통증이 없고 변을 보기 직전이나 변을 본 후 뚝뚝 떨어지거나 물총을 쏘듯이 쭉 뻗는 경우도 있다.
보통 통증이없이 선홍색 피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치핵이다. 치열인 겨우는 배변시 심한 항문통증과 함께 소량의 피가 번에 묻어 나오며 몇 방울 똑똑 떨어지거나 혹은 변을 본 후 휴지에 묻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색깔은 선홍색이며 통증이 배변 후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다.
직장이나 직장상부에서 나는 출혈은 대부분 대변과 섞여져 있으며 변의 색깔은 검붉은 색을 띄게 된다. 악취가 나기도 하며 암이 원인인 경우는 골반 부위나 항문주위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진다. 또 항상 변이 차있는 듯한 잔변감을 느낀다.
통증은 없으나 선홍색 피가 대변 혹은 점액성 물질과 섞여서 나올 때는 양성종양과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배가 살살 아프면서 변의가 있어 변을 봤을 때 검붉은 피가 나오면 직장상부의 대장에서 나오는 출혈이다. 그리고 짜장면, 콜타르 색깔의 검은 변이 나오는 경우는 상부위장관(위, 십이지장)에서 나오는 출혈이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없이 선홍색의 피가 나오는 경우와 심한 통증과 함께 배변시 출혈되는 경우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묵직한 통증과 함께 검붉은 색깔의 소량의 피가 대변과 섞여 나올 때는 반드시 대장조영술과 대장내시경의 등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대장암도 조기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다.
상쾌한항외과
류광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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