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 안내견 후보 ‘한빛’이 돌보는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족

“함께해서 행복했어, 멋진 안내견이 되렴”

지역내일 2013-04-01

‘퍼피워킹(Puppy Walking)’은 생후 7주 정도 된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약 1년간 일반 가정에서 보살피며 사회화 시키는 자원봉사 활동을 말한다. 이 기간은 안내견이 되기 위한 적응기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기본적인 규칙을 습득하고 다양한 환경을 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난해 4월 20일, 태어난 지 10주 정도 된 아기 ‘한빛’이를 데려와 늠름한 예비 안내견으로 키운 가정을 찾아 그동안의 추억을 함께 나눠보았다. 


넷째아이 ‘한빛’이의 엄마, 아빠가 되다
큰딸 정현진(고2), 둘째딸 재인(중3), 막내아들 승현(초6)이를 키우는 세 아이의 엄마 김은경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지만 식구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막내아들이 일곱 살이 되면 키우게 해주겠다고 달래며 넘겼다. 그런데 세 아이와 씨름하며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막내아들이 일곱 살이 됐고 그래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지난해 초 무렵에야 퍼피워킹에 대해 알게 돼 1년간 맡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야 대찬성이었지만 남편 정재경씨는 반대를 했다. 아내가 아이 셋을 돌보는 것도 버거워하는데 넷째아이가 생기는 셈이니 걱정이 될 수밖에. 게다가 예비 안내견을 1년간 맡아서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로 한빛이를 데리러 가면서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안내견은 유순하고 순종적인 리트리버 품종이 대부분이며 한빛이도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다.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한빛이를 처음 데려오던 날 승현군은 기대감에 학교에서 계속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막상 차에서 내리는 한빛이를 보고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고 한다. 현진양과 재인양은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었기 때문에 한빛이와 함께 놀고 싶어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참아야 했다.
어머니 김은경씨가 안내견학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한빛이를 데려오고 보니 적응을 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배변훈련을 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지금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빌라에 살았기 때문에 외출을 해도 주변에 배변을 위한 장소가 거의 없었다. 김은경씨는 “안내견이 될 수 있도록 잘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조급하게 교육을 시키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 잘 알게 됐고 다른 아이를 맡아도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안내견학교의 강사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훈련과 건강관리를 도와주며, 안내견학교에서 사육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준다. 지난해 가족들이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안내견학교에서 한빛이를 2주간 맡아주기도 했다.


한빛이 가족은 우리 동네 안내견 홍보대사
비록 예비 안내견도 안내견 표지를 부착한 조끼만 입으면 어디든 갈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되지만 한빛이와 함께 가족 외식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 야외공간이 있는 식당을 찾아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식구들 중 한 명이 남아서 한빛이를 돌봐야 했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고 나면 김은경씨는 한빛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리고 은행에도 간다. 늘 함께 다니다보니 이제 주변에 홍보가 많이 돼 마을버스를 타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 막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녹색어머니 활동을 할 때 한빛이를 데리고 가기도 했다. 승현군은 지난해 학교 소식지에 안내견을 소개하는 글을 써 친구들에게 안내견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퍼피워킹에 대한 홍보가 많이 돼있지 않아서 한빛이 가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내견은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쓰다듬거나 만지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고 갑자기 덥석 안아버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난감하다. 또한 만나는 사람들마다 신기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봐 일일이 설명을 해주느라 한빛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재인양은 안내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친구들이 한빛이를 보고 “언제 샀느냐?”고 물을 때가 가장 싫다고 한다.


한빛이와 함께한 좌충우돌 적응기
가족들이 1년 가까이 한빛이와 함께 지내면서 때로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웃음이 절로 나는 순간도 있었다. 남편 정재경씨는 한빛이를 데리고 사무실 뒷산으로 산책을 갔다가 잠시 배드민턴 코트에 풀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빛이가 울타리를 넘어 사람들이 오가는 산책로로 신나게 달려가는 바람에 붙잡느라 혼쭐이 났다. 또, 지난해 봄 한빛이가 사람이 많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에버랜드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다른 식구들은 모두 놀이기구를 타러 가고 한빛이는 돗자리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아내 김은경씨는 짙은 선글라스를 낀 채 한빛이 곁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소풍 나온 아이들이 한빛이를 보려고 몰려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무심코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용했더니 아이들이 놀랐고, 그제야 자신을 시각장애인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유난히 폭설이 잦았던 지난겨울은 아이들과 한빛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한빛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너무 좋아서 사방으로 껑충껑충 뛰어 다니는 바람에 붙잡으려고 아이들까지 덩달아 눈밭을 굴렀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파
이제 4월 30일경이면 한빛이를 다시 안내견학교로 보내야 한다. 그곳에서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은 후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면 정식 안내견이 돼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된다. 실제로 안내견이 되기는 아주 어려우며 안내견 번식을 위한 종견이나 모견이 되기도 한다. 안내견보다 반려견이 적성에 맞는다고 판단 될 경우 일반 분양도 한다.
가족들은 모두 한빛이가 좋은 가정에 분양돼 멋진 안내견이 되길 바란다. 또, 한빛이가 6~7년 정도 안내견으로 일하다가 은퇴하면 다시 가족으로 맞아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한빛이에게 가장 애정을 쏟았던 재인양은 막상 떠나보낼 순간이 다가오자 제대로 교육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해 혼내기만 했던 순간들이 자꾸 떠올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한빛이와 함께 했던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다. 재인양은 “집에 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모습, 멍하니 창밖을 구경하던 때, 꼬리를 흔들며 잠꼬대하던 귀여운 순간 등 소소한 일들이 하나하나 기억난다. 한빛이 표정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로 서로 교감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사진 스튜디오 ZIP 정상화 작가
장은진 리포터 jkume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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