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최상해 씨.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대로 플롯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다.
추모제에는 검정 슈트로, 아이들과는 배꼽 빼는 썰렁 개그로. 그녀 특유의 맞춤형 감각은 은빛 멜로디를 쏟아내는 플롯과 함께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즐겁고 유쾌 당당하다.
봉사연주활동, 재능기부 등으로 바쁘지만 행복해
그녀는 운전을 안 한다. 차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녀를 청하는 곳, 그녀를 기다리는 어디라도 악기와 악보가 든 커다란 배낭과 함께 버스로 종횡무진 거침없이 나다닌다.
클래식에서 트롯까지 정우상가 앞이나 용호동문화의 거리, 노인복지관.. 어떤 땐 앰프 설치조차 없는 공연도 마다 않는다.
까다롭지 않고 가리지도 않는 그런 그녀에 대한 감사의 말은, “그저 함께 할 따름이며 그 기쁨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더욱 풍성해서 돌아온다. “출연료요 주시면 받고 안주시면 안 받습니다. 어떤 일에든, 특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죠. 나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라는데. 올해 쉰셋 소띠 아줌만데도 마흔 쯤 보이는 까닭은 그런 여유 때문인 걸까.
한없이 부드러운 듯 청아하고 경쾌한 곡조와 귀여운 멜로디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아 박수 치게 하고, 아픔도 기쁨도 나누며 더불어 사는 행복과 짜릿함의 공유로 최상의 가치를 만드는 순간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타향.. 낯설고 외로움.. 도전.. 끈기와 노력
창원 와서 말 붙일 곳 없이 무지 외로웠고 그 끝에 구원처럼 만났으니, 그녀와 플롯과의 만남은 필연이고 운명이다.
서울 시집에서 강릉댁으로 불리다 남편 직장 따라 도계동에 뿌리내린 게 93년. “사투리에다 지인하나 없이 낯설고 외로워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죠. 거기서 플룻과 인연이 시작됐어요. 그리곤 마흔 아홉에 창신대 음악과에 입학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고시절 음악 샘께서 플롯을 배워보라던 기억이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러나 희망과 버거움이 교차했으니, 경험도 실력도 부족한 늦깎이 음대생에겐 오직 끈기와 노력만이 버팀목이었다. “나이 들어 뭔가 새로 도전할 때는 노력과 끈기가 특히 필요한 거 같아요. 눈에 띄는 성과도 없어 지칠 수 있거든요. 내 능력 안에서 포기하지 않고 서두름 없이 성실하게 옆 사람도 봐가며 여유와 자기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고 말한다. 도전의 걸림돌이 뭐였냐는 질문에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첫째로 꼽았다. “나이 들어 뭣 하러 그러느냐는 말도 긍정적으로 소화하며 탄탄 마인드를 길러야한다며, 도전 자체보다 배움을 즐기는 게 더 귀함을 깨달았다 ”고 전했다.
이제 16년 경력에 앙상블과 경남윈드오케스트라단원으로 활동하며 플롯을 가르치는 그녀. 실력이나 속도보다 즐거움이나 습관으로서의 음악을 만나자는 상담으로 출발한다.
문의 : 010-7566-8376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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