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독일 월드컵. 우리나라 U-20(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3위를 차지하며 세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일로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국내외에서 새롭게 주목받았고, 이후에도 좋은 성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큰 보탬이 돼오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실력 있는 여자축구선수가 되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축구하는 날을 꿈꾸며 훈련하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의 나이는 불과 11세에서 13세로, 초등학생들이다.
대부분의 국내 초등여자축구팀이 학교에 소속돼 지원받는 현실과는 달리 클럽으로 운영하며 어렵게 훈련하고 각종 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안양부흥WFC’. 궂은 날씨에도 꿈을 향해 공을 차는 소녀들을 평촌 자유공원 훈련장에서 만났다.
13명 소녀들의 꿈은 한결같이 ‘축구선수’
꽃샘추위로 인해 손이 떨릴 정도로 쌀쌀했던 날, 자유공원 훈련장 한편에서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추위 따위는 아랑곳 않고 몸 풀기에 여념이 없다. 취재하러 왔노라 말하고 사진을 찍겠다는 리포터에게 아이들은 ‘브이하고 찍어도 돼요?’라고 묻는다. 영락없는 초등학생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한여자축구연맹에 이름을 올린 정식 축구 클럽 선수들로 전국 대회도 나가는 여자축구선수들이다.
‘안양부흥WFC’는 2008년에 창단돼 현재 4학년에서 6학년까지 13명의 초등학생들이 소속돼 있다. 안양 유일의 초등여자축구팀으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2시간씩 운동장에 나와 축구를 한다. 축구가 좋아서, 공차는 게 좋아서 이 클럽에 나왔다는 선수들은 축구를 배우며 하나같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아이들로 변했다고.
이 팀을 이끄는 김현진 감독은 “어린나이라 무리해서 축구기술을 가르치기 보단 성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축구에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공만 차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여자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또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축구 기술도 꼼꼼히 배운다. 특히 아이들 스스로 기술을 깨우쳐 익히는 훈련에 집중한다고.
이 팀의 주장인 장주연(6학년) 학생은 “축구가 너무 좋다. 공차는 게 신나서 훈련하는 게 재미있다”며 “실력 있는 여자축구선수가 돼서 큰 경기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드필드를 맡고 있는 정가현(6학년) 학생도 “여민지 선수 같은 여자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축구를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 한다”고 밝혔다. 실제 정가현 학생은 반에서 1.2등을 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고.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지도자
이 팀의 김현진 감독은 지난 2011년부터 안양부흥WFC을 맡아 훈련해 오고 있다.
17년간 선수생활을 한 김 감독은 28세에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이후 지도자의 길을 가고자 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가 그곳에서 유소년축구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이에 이바지하는 지도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연수 후, 한국에 돌아온 김 감독은 성남 미금초, 일산 백양중, 안양중학교 등에서 13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하다 여자축구 미래에 대한 발전가능성을 보고 안양부흥WFC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감독은 “처음에 이 팀에 온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안정적인 학교 축구팀를 두고 왜 클럽팀으로 옮기냐며 우려가 많았다. 1년을 고민하다 여자축구의 미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도전하는 마음으로 이 팀을 맡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김 감독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운동장에서 만난 이 팀 정가현(6학년) 선수의 어머니는 “감독님 실력이나 명성에 비해 부족한 팀인데도 기꺼이 맡아 오랜 시간 묵묵히 팀을 끌고 가고 있다”며 “가현이도 수원에서 여기까지 매일 차를 타고 와 훈련에 참여할 정도로 감독님의 지도력은 탁월하다”고 말했다.
전국 대회에서 한번 이상은 4강안에 들어
현재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여자축구대회는 여자축구연맹춘계대회, 전국여자축구 여왕기대회 등 4개 정도이다. 안양부흥WFC는 매년 이들 4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전국에서 내놓으라는 팀들과 시합을 치른다. 김 감독은 “매년 출전하는 4개 대회 중 한 개 대회 이상에서 4강권 안에 드는 성적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3월에서 9월까지 있는 대회들을 치르고 나면, 겨울에는 동계훈련을 떠나거나 여자축구연맹에서 여는 동계클리닉 등에 참여해 기술을 익힌다.
이 팀에 들어오기 위해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이다. 꼭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신의 꿈을 위해 축구하는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과 사회의 많은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 누가 아는가. 여기서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나올지.
안양부흥WFC 인터넷 카페 : http://cafe.daum.net/buheungwfc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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