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태을봉, 수리사, 반월호수, 덕고개 당숲, 군포벚꽃길, 철쭉동산, 밤바위, 산본중심상가 등 군포에는 풍경좋은 곳들이 많다. 산본신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은 물론 호수와 숲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며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곳들도 지역 곳곳에 숨어있다. 나들이 코스로 손색없는 군포를 소개한다.
‘군포에 가자’ 생각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덕고개 당숲이다.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에 선정된 곳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야미역에서부터 걷기 시작해 둔대초교를 지나 수리사방향으로 갈치호수에 다달았다. 반월호수와는 달리 작고 아담한 호수다. 멀리 ‘낚시 금지’라는 팻말이 보이고 등산객들이 쉼터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당숲까지 얼마나 더 가야 하냐?’ 묻자 등산객 중 한 사람이 아직 멀었다고 알려준다. 차를 가져올 것을 하고 후회가 됐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렇게 좋은 봄날 언제 또 걸어볼 것인가. 따뜻한 봄햇살에 가던 길을 멈추고 눈을 감아본다.
갈치호수 지나 덕고개 가는길에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다. 몇 년 전 이곳을 지나칠 때만 해도 몇안되는 음식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산채비빔밥부터 게장까지 없는 메뉴가 없는 듯하다.
봄나물 캐는 사람들
잠시 쉬었던 발걸음을 옮겨 당숲을 찾아 또다시 걷기 시작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길을 따라 오고 갔다. 형형색색 아웃도어를 갖춰 입은 등산객들의 모습이 활기차 보인다. 길옆으로 보이는 밭두렁에는 나물을 뜯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당숲을 보러 왔다는 목적을 잊고 다가가 본다.
어릴 적 고향 과수원 사과나무 아래에는 냉이가 풀보다 많았다. 뿌리가 어찌나 실한지 캐는 재미가 좋아 어느 날은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도 개의치 않고 냉이캐기를 멈추지 않았다. 소쿠리 가득 냉이를 캐서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아 무척이나 헤메었던 모양이다. 싫은 소리 한 번 제대로 안하시던 분인데 그날은 어찌나 손이 맵던지.
당숲 가는 길에는 냉이도 냉이지만 쑥과 민들레가 많았다. 나물 캐는 사람들 중 이기숙(44 산본동)씨는 “지난주도 이곳으로 산책을 나왔다. 산도 보고 호수도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나물까지 한 가득 가져가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특히 이곳은 오염이 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쑥은 쪄서 냉동을 시켜 놓으면 언제든 떡으로 해 먹을 수 있어 봄철 욕심껏 캐러 다닌다”고 자랑했다.
비닐봉투 안에 쑥이 가득한 것을 보니 부럽다. 여기는 쑥이 보이고 저기는 민들레가 보이고 또 그 옆으로는 냉이가 무리를 지었다. 봄이 가기 전 나물을 캐러 꼭 다시 와야겠다 다짐해 본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목나무 숲을 지나 동화속 마을로
얼마나 걸었을까. 수리산 도립공원 지정 이후 이제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부는지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참이다. 공사하는 포크레인이 종종 눈에 띄고 여기저기 흙이 쌓여있다. 멀리 초등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오른쪽 옆으로 신기한 나무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두 팔로 안아도 안아질 것 같지 않은 고목나무들. 이곳이 당숲이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겠다. 안내문을 보니 당숲의 나무는 모두 수령이 100년에서 30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나무들임에도 서늘한 숲기운이 느껴진다. 굵은 나무의 울퉁불퉁한 굴곡에서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하다. 당정초에서 나왔다는 어린 학생들도 예사롭지 않은 숲의 기운에 압도되었는지 나들이 나온 아이들답지 않게 엄숙한 표정이다.
덕고개 마을주민들은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제사를 이 당숲에서 지내왔고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매년 음력 초하루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구릉고사라 불리는 동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당숲을 지나 납덕골 벽화마을로 들어섰다. 법정명으로는 속달동인 이곳은 2009년 허름한 담벼락마다 벽화가 그려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곳이다. 낡은 담벼락부터 가게 모퉁이까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이 가득하다. 수리사 입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벽화가 그려지기 전에도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았지만 벽화마을로 알려지면서는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들어서는 골목마다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서정적인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선명한 색채로 그려진 해바라기와 장미, 예쁜 들꽃과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마치 동화속 주인공이 되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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