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ter’s Book
시간의 향기
한병철 지음
문학과지성사 출판
발매 2013. 3. 15.
가격 12,000원
“좋은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쓸데없는 것’을 비워낸 정신이다. 바로 이러한 비움이 정신을 욕망에서 해방하고 시간에 깊이를 준다. 시간을 극도로 무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욕망이다. 욕망으로 인해 정신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구 내달리는 것이다. 정신이 가만히 서 있을 때, 정신이 자기 안에 편안히 머물러 있을 때, 좋은 시간이 생겨난다.”
“왜 우리는 시간이 없는가? 시간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서? 우리의 일상적인 사무를 위해서. 우리는 그런 일들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시간이 없다는 이러한 의식은 예전처럼 시간을 미루며 낭비하는 것보다 더 큰 자아의 상실을 가져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머무름’의 시간
우리는 늘 시간이 없고, 시간에 쫓긴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속수무책이고, 바쁘게 보냈지만 뒤돌아보면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 허무하다. 이같이 느껴진다면,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요령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시간을 잘 분배하는 방법이 아닌, 시간 안에 머무를 수 있게끔 도와주는 철학적 성찰이 담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사회의 성과주의에 대해 성찰한 『피로사회』로 지난 해 큰 화제가 되었던 독일 카를스루 조형예술대학의 한병철 교수이다. 이 두 책은 연속 관계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피로사회를 극복하고 다른 시간을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머무름의 기술’이라는 부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시간을 조작 가능한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 안에 머물면서 시간의 향기를 느껴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기다림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교수는 ‘나는 일하지 않는다, 나는 멈춘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멈춤의 시간, 움직이지 않고 자기 안에 머물며 사색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진정 한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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