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직장, 우리만의 힐링 타임 속으로~

공통분모로 울고 웃으며, 진정한 하나가 되다!

지역내일 2013-04-12 (수정 2013-04-12 오후 10:11:33)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지친 일상이 이어진다. 요즘 같은 봄철에 더욱 나른해지는 심신은 또 어떡하랴…. 그런데, 일상이 피곤하기는커녕 직장이 신나고 재미있다는 이들이 있다. 플루트로, 연극으로, 밴드로 삶을 즐기며, 스스로 힐링의 시간을 찾는 사람들, 그들만의 신나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초등교사로 구성된 ‘에듀플루트앙상블’
***플루트 선율에 담긴 열정, 제자사랑

연주자로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에 섰을 때의 떨림, 울컥함이란…. 여전히 지금도 설레다.
“어릴 적엔 누구나 큰 무대에 올라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잖아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니까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자긍심도 높아지고, 나도 해냈다는 희열이 느껴졌다고 할까.” 하태선(구운초)단장은 다른 일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했다.
에듀플루트앙상블은 수원,안산,화성,오산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 40여 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2010년 창단한 이후 벌써 두 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 출전한 공무원 음악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루트를 전공한 것도 아니요, 오로지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꾸준한 연습이 키워낸 실력의 결과다. 연습실은 천천초 음악실, 교장선생님의 허락 덕분에 매주 월요일 저녁시간을 빌려 쓰고 있다. 에듀플루트앙상블을 이끄는 정용현 지휘자의 주도 아래 서너 시간의 연습이 계속됐다. 저녁은 김밥 한 줄, 그래도 행복한 얼굴이다. 이를 두고 김명순(율현초)총무는 “학교, 집 등 복잡한 생각들은 다 잊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교사라는 공통분모로 정보를 교류하고, 힘듦을 나누게 되는 것도 에듀플루트앙상블에서 누리는 힐링의 시간이다.
“사실 업무상 얽히고설켜 선생님들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화합하면서 같은 소리를 내다보면 관계도 좋아지고, 서로를 다시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김은경(동신초), 김수영(구운초)교사가 입을 모았다. 1년에 두 차례, 캠프를 통해 친목도 도모한다. 이렇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면서 단원으로 들어오겠다는 교사들도 많아졌다.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동호회답게 개인적으론 요양원, 병원 등 봉사연주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자기치유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 반 아이들을 불러 공연도 보여주니까 플루트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겠다는 아이들도 많아졌고요.” 김자영(동신초)교사는 제자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새 학기 업무가 많아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많은 교사들이 플루트 연습에 푹 빠져있다. 지금의 나는 선생님도,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아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플루트의 선율이 울리고, 고된 하루도 그렇게 잔잔히 쉬어간다. 
  
 
율천동주민센터의 극단 ‘율’
*****동장, 시의원, 주민이 만들어가는 소통의 하모니

6월에 있을 공연을 앞두고 ‘율’극단의 단원들이 율천동주민센터로 하나둘 모였다. 전 통장, 새마을부녀회원, 주부, 시의원, 공익근무요원, 동장 등 보아하니 단원들의 구성이 심상찮다.
“아마도 주민센터 내 연극하는 동호회는 저희가 처음일 걸요.” 김현광 동장은 수원의 변두리 율천동에 어떤 문화 활동의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고민하다가 ‘율’극단을 만들었다.
“동장님이 통장회의 할 때마다 단원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시작은 했는데, 정말 처음엔 말도 안 나오고,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그때부터 재미가 좀 느껴지는 거예요.”
전 8통 통장 유화순 씨뿐만 아니라 연극이 처음인 단원들은 무대에서의 두려움, 대사 암기와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틈틈이 집에서, 오가는 전철 안에서, 때론 등산하면서 혼자 나무에 대고 외우고 또 외웠던 대사들, 그해 여름에 태풍이 왔는지 어쨌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연극도 많이 보러 다녔다. 그리고 ‘밤골 이야기’라는 첫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다들 무대체질이에요. 어찌나 잘 하는지, 그야말로 ‘끼’가 있으시더라고요.” 대본과 감독을 맡은 공익근무요원 강병조(서울예대 연기과)씨는 이 상황을 즐길 줄을 알게 된 단원들을 보고 오히려 배우는 게 많다고 들려줬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TV드라마 볼 때 배우들의 대사부터 연기까지 꼼꼼하게 관찰하고, 내 역할에 적용을 해보게 된다”는 새마을부녀회 고문이자 극단 대표 이해흠 씨의 설명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 동장은 주민들의 열정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공감의 폭도 깊어지면서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연극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 함께 미쳐서 빠져들지 않으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일반인이 예술인의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제 인생의 힐링이죠. 즐거워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서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새마을부녀회 이상임 부회장의 얼굴에서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졌다. 한훈숙 씨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로새겨졌다.
이 여세를 몰아 오늘은 공무원 교육용 연극 ‘참공무원(가제)’의 첫 대본 리딩이 있는 날, 나름 캐릭터를 분석하고, 소품, 의상을 체크하는 모습이 제법 전문가다웠다. 지난번 연극에서 리얼한 연기로 대박을 터트린 염상훈 시의원, 오향순 씨가 이번엔 또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된다는 둥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어느 오후, 율천동주민센터 ‘율’극단의 풍경이었다. 
 


수원우만지역자활센터 외 사회복지기관밴드 ‘쿨워커스’
*****우리는 사회복지 대표밴드, 서로의 힐링이 되다~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 ‘쿨워커스’에게 퇴근 후의 나른함 같은 건 전혀 없어보였다. 오후8시, 이제 연습 시작이란다.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 유원종 씨에겐 그래서 그 흔한 ‘월요병’이 없다. 일요일 저녁이면 월요일이 간절히 기다려지고 빨리 출근하고 싶어질 정도다.
“사회복지사에게도 사회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쿨워커스’가 제 힐링이 아닌가 싶어요.” ‘쿨워커스’는 2004년, 당시 수원우만지역자활센터에서 근무하던 강근수(우만종합사회복지관장), 유원종(군포지역자활센터 관장), 최회곤(우만지역자활센터 실장)씨 등을 주축으로 출발했다. 자활센터 직원 중 남자는 단 4명, 문화 활동으로 힐링하고 소통하면서 지역 저소득 주민들과 문화교류를 해보자는 취지였다. 그간에 근무지가 바뀌면서 기존 멤버 한명이 나가고, 진동일(‘Shoutkorea’대표), 보컬 최인식(과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씨가 들어오면서 현재의 5인조 포크록밴드가 됐다. 강근수 관장의 얘기가 이어진다.
“남들은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저희는 이런 자리를 통해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죠. ‘사회복지사밴드’라는 타이틀이 가져다주는 문화적 이슈에 그만한 책임감도 뒤따르지만 말입니다(웃음).” 학창시절 밴드활동을 했던 경험으로 각자 포지션을 맡았지만, 최회곤 씨는 밴드도, 드럼도 처음. 얼떨결에 맡아서 시작은 했는데, 이제 멤버들이 하도 눈치(?)를 줘서 드럼학원에서 레슨을 받으며,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나는 힐링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최회곤 씨의 자조 섞인 얘기에 웃음이 터졌다.
개성강한 멤버들로 구성된 쿨워커스의 공연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기획능력을 갖춘 최회곤 씨,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갖춘 강 관장 등이 프로그램을 짜고, 레크리에이션으로 분위기를 풀어주며, 음악까지 연주하니 보는 이들의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
“자원봉사공연을 하고, 직장인밴드 경연대회 등에서 4차례 수상도 하면서 8년이란 시간을 잘 지내온 것 같아요. 이젠 전환의 시기가 됐죠. 문화협동조합도 준비할 생각이고, 당장 올해 안에는 쿨워커스 첫 음반도 발매하려고요.” 진 팀장의 포부 속에서 그들이 얼마나 쿨워커스를 통해 성장했으며, 건강한 꿈을 가꿔가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우리 밴드는 오래된 맛이죠. 테크닉이 뛰어나진 않아도 팀워크로 다져진 숙성된 밴드, 앞으로 쿨워커스의 활동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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