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사교육 고급화 유발하는 수시 확대

지역내일 2013-04-15

# 지난 2월 서울대 합격생의 학부모인 지인으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아이의 합격기념으로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마침 그날은 아이가 서울대 신입생 합숙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후 귀가한 날이었다.
“정말 축하한다. 오티는 어땠니? 함께한 서울대 합격생들은 어떠니?”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함께 있었던 학생들이 네 부류였다는 것이다. 특목고 학생, 재수생, 강남학생이 대부분이고 가끔 강북이나 지방 학생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 내신 성적 전교 1~2등을 해서 지역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하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막강한 사교육의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1단계 내신 전형이 사라져 서류와 면접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수시 일반전형 또한 내신과 서류, 면접이 중요한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학생부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내용을 알차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전공적성과 관련된 심층 학습과 교과 이외의 다양한 활동 및 교내외 스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대교협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1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는 수시로 모집인원의 66.2%를 선발한다. 지난 3월말 서울대가 공지한 입학전형안내를 보면, 서울대는 수시모집으로 82.6%를 전원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서울 주요대의 경우는 수시모집의 비중이 70%를 넘으며, 그중 절반 정도를 서류평가의 영향력이 큰 입학사정관전형(학생부 포함)과 특기자 전형 등이다.
2014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서울대는 공인어학성적과 AP성적 등을 반영하지 않으므로 관련서류를 제출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서울대의 이러한 공지와 함께 관련 사교육 시장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타 증빙서류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서류에 얼마든지 스펙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것 또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며칠 전 서울의 한 주요대학이 강남 인근의 체육관에서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늘 그렇지만 입시 설명회장 입구는 입학사정관제 및 논술 관련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입학사정관제를 맞춤형으로 관리해준다는 배너거치대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입시전형 설명이 시작되자 입학사정관전형과 특기자 전형 등은 공인어학성적과 AP성적 등 교외 스펙 서류를 제출하라고 공공연히 설명했다.


# 주위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 중 대부분은 수시전형 확대로 비교과 스펙을 준비하지 않으면 어쩐지 불안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것저것 스펙 준비에서부터 면접 준비까지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사교육비가 늘었고, 입시정보도 중요해져 학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서울대 입시 때문에 사교육비가 두 배로 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수시전형이 다양해졌으니 학생의 강점을 잘 파악해 선택과 집중을 하라지만, 내신과 모의고사가 상위권인 경우도 어느 한 전형에 야심차게 올인하는 용감한 학생과 학부모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내신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 면접, 비교과 스펙 등을 골고루 갖춰 입학사정관전형에서부터 정시까지 모두 준비한다.
과학이나 어학 등 특정분야에 탁월한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특기자 전형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신과 수능 부담은 줄어들지만, 역시 다른 전형과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탁월한 특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수년 전부터 고급화된 사교육으로 전략적인 특기를 육성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학업부담과 사교육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 성적보다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한다는 거창한 취지로 2008년 시작된 입학사정관제는 그동안 폐해가 적지 않았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업부담과 사교육비가 증가했고, 관련 사교육 시장은 검증되지도 않은 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더구나 그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문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무엇보다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수시확대가 오히려 공교육을 변질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인근 고교의 학사일정을 보면 최근 수 년 사이에 교내 대회와 행사가 상당히 많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 속에서 기본적인 학업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잠재력을 발현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교내 경시대회, 토론대회, 말하기대회, 각종 강연회 등은 대부분의 학생들을 여유 없게 만든다. 더구나 각종 교내 경시 대회는 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국 실효성 있는 교내 스펙을 확보하기 위해 상위권 학생들조차 또 다른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몇 달 전 종영한 드라마 ‘학교’에서 실력과 무관하게 스펙이 필요한 상위권 학생에게 교내 논술대회 결선진출권을 몰아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면서 교우관계는 금이 가고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나친 수시 확대로 공교육에서조차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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