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세상 (20)

여론조사의 허와 실

지역내일 2013-04-11 (수정 2013-04-11 오후 5:45:16)

선거철만 되면 언론매체에서는 선거의 흐름과 그 결과를 예측하는 엄청난 횟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의 중요한 요소이고, 민주주의 사회는 민심으로 표현되는 여론을 소중한 가치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어떻게 측정하는가에 따라 왜곡의 가능성이 생긴다.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와 조지 갤럽의 여론 조사가 좋은 예이다. 당시 대통령 후보는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공화당의 알프레드 랜던이었다. 이전 4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를 맞춘 경험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잡지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지를 묻는 엽서를 정기구독자, 자동차, 전화기 등을 소유한 유권자 1000만명에게 발송했고 237만명이 엽서를 회송하였다. 엽서를 집계한 결과 랜든이 57%, 루스벨트가 43%가 지지를 획득하여 랜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예측하였다. 반면 갤럽은 단지 5000명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루즈벨트의 당선을 예측하였다. 선거는 62%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루즈벨트의 당선으로 끝났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잡지가 역사상 가장 빗나간 여론 조사를 실시하게 된 이유는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고 특정 집단에 편중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자동차나 전화기 등을 소유하지 못한 저소득층이었으며 이들은 루즈벨트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서는 루즈벨트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 리터러디 다이제스트 잡지의 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신뢰를 상실했다. 여론 조사가 전체 집단을 대표하지 못하고 조사 대상을 어느 한쪽에 편중시켜 실시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난다.
현대는 하나보다는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사회가 다원화되면 구성원들 사이에 가치관이 충돌되면서 갈등이 생긴다. 다원화된 사회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때 여론조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인들은 여론조사나 통계 자료는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얻어지므로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하며, 언론 매체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나 통계자료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는다. 이러한 일반들의 여론조사와 통계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인식을 이용하여 잘못된 여론 조사를 실시하거나 통계 자료를 왜곡되게 해석하여, 자신이 주장을 정당화하는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 한걸음 더
다음은 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4대강 정비 사업 홍보 브로슈어 3쪽에 TNS Korea가 2009년 1월 7일 실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지역민 여론조사 결과다. 여론 조사 결과만 보면 지역 주민 대다수가 ‘4대강 살리기’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여론 조사는 찬성과 반대의 수치만 제공할 뿐 조사 지역별 여론조사 대상자의 숫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을 발표하지 않아 발표기관 스스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여론 조사는 전체를 모두 조사하지 않고 일부 표본만을 조사한다. 당연히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일부 표본의 자료를 가지고 전체 자료의 값이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추정하는 과정에서 틀릴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여론조사 대상자의 숫자, 신뢰수준, 표본오차, 응답률의 자료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한 여론 조사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징계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일이 학교 폭력예방에 되는가?’에 대해 ‘도움이 된다’는 비율이 63%이고 오차는 ±5%포인트이며 신뢰수준은 95%라고 발표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 말은 표본 조사에서 ‘도움이 된다’는 비율이 63%로 나타났지만 표본이 아닌 전체를 다 조사하는 경우에는 ‘도움이 된다’는 비율은 63-5=58(%)와 63+5=68(%) 사이에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오차가 ±5%로 표현된다면 자료의 의미가 달라진다. 오차가 ±5%라면 63의 5%는 3.2이므로 63±3.2가 되어 ‘도움이 된다’는 비율은 59.8%에서 66.2% 사이에 있게 되므로 신뢰도가 좀 더 높아진다.
한편 위의 예에서는 신뢰수준을 95%라고 했는데 이 의미는  결과가 잘못될 가능성도 5%라고 해석하면 된다. 즉, 실제 비율과 여론조사의 결과의 차이가 5% 보다 클 확률이 5% 정도라는 뜻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5%의 확률이 주는 의미는 다르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여론조사나 통계 자료를 받아들이는데 좀 더 신중해 보자.

궁금한 점은 아래의 메일이나 블로그를 활용하세요.
E-mail:istiger@hanmail.net
Blog:http://blog.daum.net/istiger

신인선 진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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