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대한 갈망은 한 번의 탈북 실패로 북으로 잡혀가 모진 고통을 겪고 나서도 꺾이지 않았다. 중국을 떠돌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도착한 한국은 꿈의 땅이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여전히 중국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남편과 아들이 생각날 때면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5년 후에는 반드시 자신의 힘으로 번듯한 가게를 내겠다는 꿈이다. 그렇게 금강산막국수 이순복 대표의 꿈은 무르익어 진하고 칼칼한 막국수가 되어 우리에게로 왔다. 금강산 막국수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다.
● 요리에 대한 관심 남에서도 이어져
이순복 대표의 고향은 이북에 있는 강원도 고성이다. 북에 있을 때는 요양소에서 접대원(서빙)으로 일했다. 북한에서는 매우 좋은 직업군에 속했으며 원하기만 하면 간호원 과정이나 요리학교 과정을 들어가 더 공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돈 50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으며 저축도 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요리학교에 들어가서 급수를 따서 월급도 많이 올랐다”며 요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이런 열정은 홀서빙에서 시작해 주방으로 옮기면서 이곳에서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막국수집 대표가 되기까지 이어졌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는 넵킨이라는 말도 알아듣지 못해 대답부터 한 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일이 흔했다. 북한에서 왔다고 무시하는 일은 말할 수도 없고 심지어는 남들 다 주는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5년 동안 열심히 일해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악물었다”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 첫 맛은 시원 끝 맛은 칼칼
“좋은 맛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양념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국산을 쓴다. 특히 양념장에 사용되는 사과와 배는 단골 과일 집에서 그날 들어온 것 중 가장 물이 많고 단 것으로 사용한다. 과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칼로 직접 다져서 사용한다. 믹서기에 넣고 가는 것 보다 훨씬 좋은 맛을 낸다”며 ‘음식은 정성’이라는 옛말을 떠오르게 했다.
이 집 비빔막국수는 따로 육수를 넣어 비비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양념 자체를 묽게 만든다.
첫 맛은 시원하고 뒷 맛은 청량고추가 들어가 칼칼하고 매콤하다. 아이들이 먹기에 약간 매운 듯 하니 주문하기 전에 확인하면 좋을 듯 했다. 물막국수 또한 첫 맛이 아주 깔끔하다. 동치미 국물에 들어간 사골육수 때문인지 깊은 맛도 동시에 느껴진다.
면은 쫄깃함보다는 순 메밀에 가까워 찰기가 없는 편이나 고소하다. 개업 서비스로 편육을 한 접시씩 맛볼 수 있다.
●고향의 맛을 그대로
이 대표는 동치미를 만들어 보관하기 위해 저장고를 만들었다. 겨울은 한 달, 여름은 15일이면 숙성이 되어 먹기 좋다. 동치미에 온갖 야채를 넣어 끓인 한우 사골 육수를 섞는 것이 이 집만의 동치미 맛의 비결이다.
비빔막국수에 고명으로 올리는 황태식혜 또한 고향에서 즐겨먹던 대로 만든다. 반쯤 말린 황태를 소금에 살짝 절여 갖은 양념을 한 황태식혜는 황태의 구수함과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녹두를 직접 갈고 고사리와 숙주를 듬뿍 넣어 만든 녹두빈대떡은 바삭하고 고소하다. 생고기를 넣지 않고 편육을 굵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맛을 더한 것이 특이하다. 이 외에도 메밀 장칼국수와 삼합도 판매한다.
●받은 사랑 보답하고 싶어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왔었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오랜 시간 혼자 있다 보니 아플 때는 혼자 끙끙 앓는 일도 있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학교문제도 있어 중국으로 보냈다. 마음이 아픈 만큼 더욱 열심히 일한다”며 “가끔 다녀갈 때 맛있는 것 한 번 제대로 사 먹이지 못했는데 주위에 계신 지인들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여주고 위로의 말도 많이 해줘서 너무 고맙다. 도와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꼭 성공하고 싶다”며 결심을 다졌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노인정에 만두와 고기 등을 대접하고 명절에 새터민을 위해 만둣국을 준비해 모임을 갖고 있다. 남한의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가려는 이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문의 : 731-0206
최선미 리포터 ysb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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