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북 -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 장순일 작가 "흙과 더불어 사는 삶, 그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지역내일 2013-04-07

인사이드 북 -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 장순일 작가
흙과 더불어 사는 삶,  그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새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봄, 이쯤 되면 문득 알 수 없는 ‘도전정신’이 생겨나곤 한다. ‘나도 올핸 텃밭 한번 가꿔볼까’ 라는 이 어렴풋한 ‘농사’에 대한 동경. 흙이 주는 풍성함은 쳇바퀴 돌 듯 돌아가는 일상의 작은 힐링제로 충분하다. 그래서 이젠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닌 텃밭 농사다. 하지만 만만히 볼 일은 아니다. 작은 씨앗이 움틀 거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시간을 마음을 다해 함께 해야 한다.
 자, 이제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었다면, 친절한 텃밭 농사 지침서 한 권을 꼭 친구 삼아보길 권한다. 이번 인사이드 북에서는 그 친구가 되기에 제격인 장순일 작가의 <호미 아줌마랑 텃밭에 가요>를 소개한다. 


사물과 충분히 교감해야 완성되는 세밀화
장순일 작가는 세밀화를 그리는 그림 작가다. 그리는 대상을 정교히 묘사함으로써 실사를 방불케 하는 세밀화는 그 특징상 자연, 생태 관찰 분야 서적에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녀의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도 그녀가 직접 작업한 세밀화들이 가득하다.
 뾰족뾰족 고추, 반질반질 가지, 탱글탱글 토마토 등 열매채소부터 잎줄기채소, 뿌리채소 등 우리네 밥상에 늘 올라오는 다양한 채소와 곡식류들이 그녀의 붓을 통해 소개된다. 마치 자연도감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녀의 세밀화는 유독 정교하고 섬세하다. 텃밭농사에 관심이 없다 할지라도 그녀의 그림이 주는 묘한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농사꾼’이 다 된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출판미술의 걸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결혼 이후 살림과 육아에 치여 개인 작업만 소소히 해왔다던 그녀. 우연찮게 보리 출판사 측의 제안으로 세밀화 서적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장순일 작가는 “사실 망설이기도 했죠. 세밀화는 단순히 대상을 실사처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나와 충분히 교감이 이뤄져야 하죠.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그려낼 때, 오롯이 그 존재에 대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죠”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 작가의 길. <고사리야 어디 있냐> <도토리는 다 먹어> <아이쿠, 깜짝이야> 등 다양한 책에서 그녀의 손을 통해 그려진 생명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독자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사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선 뛰어난 관찰력과 정교한 붓놀림 이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단다. 직접 사진을 일일이 찍는 것은 기본이요, 필요하다면 직접 심어보고 길러보며 그 사물의 안과 밖 특징을 잡아내야 한다.
<호미아줌마랑 텃밭에 가요>에 소개된 작물들도 호미아줌마 장순일 작가가 직접 텃밭에서 기른 작물들을 관찰한 케이스가 많다. 알루미늄 캔에 오이를 썰어 놓으면, 벌레를 방지할 수 있고, 수확한 작물들로 맛있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간단 레시피들은 그녀의 소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팁들이다. 

 
아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농사 책에 대한 바람
  자신의 별명을 ‘호미아줌마’라 짓고, 텃밭 그림책을 펴낸 이유가 궁금했다. 장순일 작가는 “텃밭 농사에 관한 책은 많지만, 아이들이 함께 읽을 만한 수준의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농사 책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라고 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통해 아이들이 참된 노동의 가치를 조금이나 깨닫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예전과 달리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몸’으로 부딪히는 일들에 익숙하지 않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하고요. 힘들지만 몸을 놀림으로써 얻는 기쁨, 참된 노동이 주는 보람과 즐거움을 아이들도 조금은 알고 지냈으면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들과는 텃밭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웃는 그녀. 작가의 그런 바람이 묻어났는지, 호미아줌마, 책 속에 등장하는 보리와 콩콩이가 들려주는 텃밭 농사 이야기는 재밌고 쉽게 읽힌다.


천하를 얻은 것과 같은 수확의 짜릿함
시골 출신이긴 해도 농사엔 초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였다. 시골출신이기 하지만, 어릴 적 참새를 쫓거나 땅콩 까기를 도와주는 게 고작이었다. 그녀가 흙을 벗 삼은지는 10여 년 전. 서울 성산동에 터전을 마련했을 즈음, 주변 뜻있는 사람들과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주변 산과 노는 땅에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먹을거리를 마련해보자는 마음에 작은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농사일은 고되고 힘든 노동이지만,  그 결실을 맺을 때는 천하를 얻는 느낌이죠. 세상이 충만한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그 결실을 이웃들과 나눌 때 수확의 기쁨은 배가 되죠”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작한 초짜 농사꾼은 그렇게 도시 농사꾼으로서의 자격을 갖춰갔다.
 작은 밭이지만, 농사일을 시작하며 문득문득 아쉬움도 커진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텃밭 가꾸기, 도시 농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장순일 작가는 “우리네 자연 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가장 기본이 되는 먹을거리부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게 적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텃밭 놀이터를 마련해주세요
  농사일은 현실이다. 그래서 고되다. 밭고랑 하나 만드는 것부터 일일이 손을 써야 하는 게 농사일이다.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농사 체험을 시킬 요량으로 텃밭을 가꾸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땀을 그만큼 흘려야 하기에, 어른들은 힘들고 아이들도 지겹고 지루한 시간으로 남는 경우도 많다. 장순일 작가는 가족과 텃밭을 찾는다면 친근하게 흙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아이들의 놀이터를 마련해주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꼭 농사일을 거두는 것만이 다는 아니죠. 텃밭 주위에 아이들만의 아지트를 마련해주세요.돌멩이도 만져보고, 그들만의 울타리도 만들어보며 흙으로 노는 법을 익히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아요”
 현재 교하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의 아파트 앞엔 이웃들과 함께 경작하고 있는 텃밭이 있다. 지역적인 특색 탓에 다른 지역보다 모종 시기가 늦어 아직 본격적인 호미질은 시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곧 씀바귀, 상추, 오이, 토마토, 옥수수, 그녀의 정성으로 쑥쑥 자라날 갖은 야채와 곡물들이 그 곳을 채울 것이다.
 올 한해도 그 곳을 푸르게 채워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호미아줌마 장순일 작가. 인터뷰 도중 직접 거둔 옥수수로 만든 강냉이를 건네는 그녀에게서 풋풋한 흙 향기가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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