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같이 차를 타고 갈 때면 항상 아들이 나에게 주의를 촉구한 기억이 난다. “아빠 과속하지 마세요. 100km 제한속도를 초과하고 있어요. 속도 초과하면 나에게 벌금 1만 원 내셔야 돼요” 등등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이 잔소리를 하곤 했다. 아들이 타고 있을 때만큼은 과속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식 앞에서 아빠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과속이나 하는 면목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자신은 안전벨트도 매고 있었고 잘못이 하나도 없음에도 보험회사에서 20% 손해배상액을 감액하겠다고 통보하는 경우가 있다. 보험회사에서 주장하는 것은 ‘호의동승감액’이다.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은 결국 운전자가 배상할 것을 대신 배상해 주는 것인데 친구차를 공짜로 탄 피해자는 운전자의 호의에 의해 동승한 것이므로 사고가 났다고 100%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상으로 친구 차에 탑승했다고 해서 무조건 호의동승감액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호의동승이 아닌 안전운전촉구 불이행을 이유로 감액하는 경우가 있다. 친구가 운전 중에 휴대폰 통화를 계속하는 것을 보고도 방치하거나 과속 하면서 앞지르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다가 사고가 난 경우, 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알고 동승한 경우에는 이를 이유로 감액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사고가 났다고 해서 옆에서 안전운전을 촉구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할 수도 없고, 안전운전을 촉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배상액을 무조건 감액하지는 않는다.
음주를 한 친구에게 한 잔 더하자고 하면서 음주한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동승자인 친구의 호의동승 또는 안전운전촉구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액을 30% 이상 감액한 사례가 있다.
보험사에서는 호의동승인지 여부를 조사해 손해배상액의 감액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법원의 재판에서 감액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무상으로 동승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특별히 전액 배상을 하면 불공평한 사유가 추가로 있어야 한다.
보통 친구들이 술을 같이 먹은 경우 불법을 더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 객기를 부리느라 음주운전을 하거나 신호를 위반하는 것을 조장하는 것이다. “빨간불은 빨리 가라는 뜻이야. 빨리 가”라고 신호위반을 부추긴 경우 등은 손해배상액 감액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명과 신체는 운전자보다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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