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현장을 가다 _ 의왕레지오에밀리아체험관
“유치원 교사로서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지자체 최초, 교사와 유아에게 새로운 시각과 교육기회 제공
지난 10월 문을 연 의왕시 ‘레지오에밀리아체험관’. 그 이름이 생소하다. 많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그리고 곳곳에 있는 키즈까페, 놀이학교에서 영어유치원까지 유치연령의 부모들이라면 한번쯤은 어느 기관에 아이를 보내야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 시기는 부모의 교육기관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다.
의왕레지오에밀리아체험관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육아보육센터로는 최초로 레지오에밀리아 접근법을 활용한 체험관이다. 4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아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레지오에밀리아 교육’이란 무엇인지, 체험관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되는지, 리포터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교사와 아이들에게 호응…4월까지 예약 마감
의왕시 오전동 여성회관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는 레지오에밀리아체험관. 리포터가 찾아간 시간은 오전 10시, 예약된 어린이집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따라 체험관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유복림 의왕시보육센터장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의 호응이 좋아 예약 대기를 해야 할 정도”라며 “4월부터는 단체예약 외에 개인대상으로 예약을 받아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4월 예약 분은 마감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들을 따라 체험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앙의 홀 한쪽 벽에는 아이들의 작품으로 보이는 액자가 빼곡히 걸려 있고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도구들이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정형화된 공간이나 놀잇감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유아체험관이라고 해서 기존의 아이들 놀이터의 확장 개념으로 생각했던 리포터는 그런 모습이 약간은 낯설기도 하고 새롭게 느껴졌다. 특히 빛과 그림자, 거울 등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무엇을 만드는지 열중하기도 하고 커다란 천에 비쳐진 그림자를 보며 마냥 신기해하며 어디서 그런 모양이 나왔는지 탐색하기도 한다. 공간도 분리되어 있지 않고 약간은 미로 같기도 하고 오픈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재미있는 공간이다. 고가의 장남감이나 ‘우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눈에 띄는 물건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무엇인지 열중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아이의 주도적인 활동과 동기부여를 강조한다”며 “체험장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주도하게 계획된 주제로 학습하고 놀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탐색하고 놀이화 하는 과정자체를 중요시 한다”고 설명했다.
리포터가 보기에도 교사들은 여유를 갖고 아이들을 탐색하는 듯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들 옆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사람이 보인다. 유 원장은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기록을 중요시 해 교사는 아이들의 행동과 말 놀이과정을 기록해 아이들이 무엇에 흥미가 있고 관심을 가지는지 파악하고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체험관에서 기록하는 선생님은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보육도우미로 체험관에 오는 아이들의 행동과 말, 놀이과정 등을 기록해 교사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활용한다고.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함께 해요
레지오체험관은 KCCT(Korea Center for Children and Teachers)에서 파견한 2명의 연구교사의 컨설팅을 받아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KCCT는 레지오 교육철학을 토대로 어린이, 부모, 교사 그리고 교육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세워진 교육센터로 연구교사들은 공간의 구성과 놀이 도구 뿐 아니라 인솔교사들의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유나 연구교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관에 오기 전에 미리 워크샵 형태의 교육을 통해 레지오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아이들과 똑같이 놀아보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며 “많은 교사들이 ‘이 시간을 통해 일에 쫒기고 가르치기에 급급했던 자신과 아이들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좋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한 “레지오 접근법은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교사와 아이, 부모가 공유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자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교사의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부모가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레지오 체험관은 1인 1회 2시간 3000원의 체험비를 받는다. 개인 신청자는 주 1회 월 4회 120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의왕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근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해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널리 알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레지오에밀리아 접근법의 교육철학을 듣고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교육이 현실화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부터 남보다 앞서기 위해 경쟁하고,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 하는 현실에서 우리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레지오체험관은 유아체험관이 아니라 교사, 부모 체험관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레지오에밀리아접근법이란?
레지오 에밀리아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동명의 도시명에서 유래했다. 1945년 2차세계대전 말 레지오 에밀리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조합 형태의 유치원을 설립하고 교육자 로리스 말라구치가 중심이 되어 시당국과의 협조하에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아이를 ‘능력을 지닌 유능한 존재’로 보고 미리 계획된 것을 교사 주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며 아이들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활발한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한다. 교사는 동기부여자로, 기록을 중요시 하며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계획된 교육과정이 없이 아이의 욕구와 수준에 따라 아이와 교사의 상호작용에 의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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