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커피가 맛있는 커피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커피의 맛에는 정답이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어떤 커피가 좋은 커피인가요.” 라는 질문에는 “좋은 커피란 이런 것 입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커피를 배우던 시절 스승님께 “커피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여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름 철학적이고 멋진 말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답은 “커피는 밥이다” 였습니다. 당시에는 ‘저분이 커피로 밥벌이 한다고 커피를 밥이라고 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정말 딱 맞는 답이구나’ 싶습니다.
좋은 커피를 즐기기 위한 방법은 좋은 밥맛을 내기 위한 방법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첫째, 커피는 신선한 생두를 이용해 볶은 커피가 맛있습니다. 올해 수확한 커피를 ‘뉴크롭’이라고 하는데요. 신선한 생두를 이용해 로스팅한 원두는 그 향과 풍미가 대체로 뛰어납니다. 따라서 생산 시기가 2년을 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묵을 쌀 보다는 햅쌀로 지은 밥이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장기간 유통되지 못한 오래 묵은 커피를 재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향커피를 만드는 것입니다. 헤이즐럿 커피가 가장 대표적인 향커피입니다. 1990년대에는 헤이즐넛 커피가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고 요즘도 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가능하면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향과 풍미가 뛰어난 좋은 커피에 억지로 향을 입혀 향커피를 만들까요.
둘째, 볶고 난 뒤 20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커피는 볶고 난 뒤 서서히 산화 반응이 일어나면서 맛과 향이 감소하다가 20일이 지나면 현저하게 그 맛과 향이 떨어집니다. 갓 지은 밥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유통기간이 1년이라고 표기되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원두 제품에 저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커피는 볶은 날짜가 언제인지가 중요하지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커피는 되도록 원두(홀빈)상태로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먹기 직전에 갈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원두를 갈아버리면 공기와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져 산패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입니다.
넷째, 좋은 커피는 식었을 때 그 고유의 향미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가정용 커피메이커의 경우 온도 유지를 위해 추출 뒤에도 계속 가열을 해 주는데 이 경우 커피가 매우 쓴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추출이 완료되면 가열 스위치를 끄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봉(‘최대봉의 커피 볶는 집 시간의 향기’ 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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