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수술을 위해 본원을 방문하는 약 2/3 정도가 재수술 케이스인데, 이전 수술을 필자가 한 경우에는 사실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지난 얘기이다. 갸름하고 오똑한 코 모양을 원하는 여성이 방문하였다. 전체적으로 낮은 콧대와 끝이 동그란 전형적인 동양인의 코 모양이었지만, 귀여운 얼굴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도 들면서 단지 미간과 코끝이 살짝만 높아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첫 수술이고 코끝 조직도 부드러워 비개방으로 실리콘과 귀연골을 이용하여 수술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수술과정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돌발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를 개방해야한다고 판단하였지만, 살짝만 올려주어도 좋아질 것이라는 첫 상담에서의 느낌도 있었고 수술도중에 비개방을 개방으로 바꾸는 것도 환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수술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수술 후 치료과정에서 적극적인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똑해지지 않은 코끝에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필자가 보아도 귀여운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약간 길어 보이는 코 모양에 나 자신도 무척이나 실망했었다.
늘 어머니와 함께 방문하였고, 6개월이 지난 후 필자는 재수술을 통해 교정하자는 말을 매우 어렵게 꺼내게 되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모녀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나는 적지 않게 놀랐다. 충분히 화를 낼 수도, 따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다시 해서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느냐. 등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을텐데 모녀는 단지 무척이나 다행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필자를 믿어주는 모녀에게 정말로 감사하면서, 이번에는 정말 최선의 결과를 만들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다른 의사가 수술한 분을 재수술할 때와 본인이 한 수술을 다시 수술할 때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존심도 무너지고 처음부터 왜 잘 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자책하게 된다. 내 능력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간혹 교정이 필요할 때도 있고, 수술할 당시에는 매우 만족했었는데 1~2년이 지난 후 약간의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필자는 조금은 럭키해 보인다. 많은 분들이 필자의 결정을 잘 따라주고, 또 믿고 기다려 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큰 불평 없이 믿고 기다려 준다고 의사는 절대로 잊고 지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과 방법을 늘 고민한다.
6개월 동안 많은 실망과 고민을 했을텐데... 수술을 마치고 나오니 책상에 팥빙수가 놓여있다. 보호자가 더운데 고생했다고 사다 놓았다고 한다. 정말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었다.
청담심스성형외과의원 심희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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