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숙씨가 전원주택을 짓고 강원도로 이사를 한 것도 벌써 1년 됐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난 후 담당의사는 공기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했다. 그렇잖아도 전원주택에 관심이 많던 안씨 부부는 도시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다.
그런데 1년을 살면서 안씨 부부는 터를 잘못 잡은 것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 공을 들여 짓고 정성들여 가꾼 전원주택을 팔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들이 전원주택을 택한 이유는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생각에서다. 그래서 경관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보고 터를 잡았는데 그곳은 등산로 입구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집앞이 바로 등산로라 산에도 자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 생각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토요일 일요일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등산객들이 마당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차를 마당에 세우고 산에 올라가겠다며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빌려 쓰려는 사람, 물 얻어먹으러 오는 사람 등이 수시로 들린다.
게다가 가끔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 등산객들도 온다. 이들 중에는 야유회 성격이 많아 버스 한 대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산에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등산을 뒷전이고 계곡에 자리를 잡고 술타령을 한다. 흥이 오르면 손뼉을 치고 노래도 부른다. 엄청나게 시끄럽다.
그래서 안씨 부부는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날에는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차가 들어와 주차하지 못하도록 마당 입구를 막는 일부터 사주경계를 하는 것이 이들의 주말생활이다.
터를 잡을 때 안씨 부부는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아 실수를 했다. 조용히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등산로 입구에 터를 잡다보니 휴식을 취하며 살기에는 아주 불편한 집이 됐다. 펜션을 하거나 전원카페를 하기에 최고의 자리다. 투자용으로 땅을 산다면 개발계획을 보아 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전원주택용이라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교통여건도 봐야 하고 병원이나 시장 등과의 거리도 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땅을 어떤 용도를 쓸 것인가에 대한 현미경적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며 살 터전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인지 펜션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농사지을 땅인지 등 어떤 목적으로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하여 거기에 맞는 땅을 찾아야 한다.
김경래 리포터 oksigol@oksig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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