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위화
펴낸 곳 푸른 숲
값 10,000원
“설령 목숨을 파는 거라 해도 난 피를 팔아야 합니다. 저야 내일 모레면 쉰이니 세상사는 재미는 다 누려봤죠. 이제 죽더라도 후회는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라 사는 맛도 모르고 장가도 못 들어봤으니 사람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나요. 그러니 지금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지…….”
“일락아,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게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 한다. 그냥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라…….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는 조금 의아하기도 하고 또 섬뜩하기도 했지만 읽는 동안 내내 웃기도 하고 또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어렵지 않게 인물을 상상해 낼 수도 있고 또 감정이입도 쉬워서 한 번 잡으면 1시간 내에 읽을 수 있을 만큼 빨리 읽히는 책이다.
허삼관은 같은 성안에 사는 대장장이 방씨와 근룡과 함께 병원에서 피를 팔면서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성 안에서 가장 예쁜 허옥란과 결혼을 한다. 둘 사이에는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등 세 아들도 생기고, 버럭 버럭 소리도 잘 지르는 아내와 별 탈 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일락이가 크면서 자신이 아닌 성안의 하소용을 빼닮아가자 아내와 일락이를 보란 듯이 차별하고 구박한다. 자신의 목숨과 같은 피를 판 돈은 남의 자식에게 한 푼도 쓸 수 없다며 일락이만 빼놓고 외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삼관은 일락이가 병들자, 또 자식들의 상관이 뇌물을 바라자 주저하지 않고 그때 마다 피를 팔러 간다.
책 속의 허삼관은 어릴 적 우리 아빠와 꼭 닮아 있다. 겉으로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해 속으로는 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지금은 어떨까? 우스갯소리로 아버지가 부자인 것이 최고 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줄 수 있는 아빠가 최고의 아빠로 대우받기도 하고, 친구 같은 아빠, 딸 바보, 아들 바보를 권하면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 외에도 또 하나의 숙제까지 더해 주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아버지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또 어떤 지위에 있던지, 자식에 대한 부정은 모두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읽는 동안 피를 팔고 난 후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허삼관을 보면서 제발 죽지 않는 결말이길 바라면서 내내 읽었다.
다행스럽게 허삼관은 더 이상 돈을 위해 피를 팔지 않고 돼지 간볶음과 황주를 먹고 싶어 피를 팔고 싶어 하는 예순이 넘은 노인이 되었다.
신현영 리포터 syhy0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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