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하자면 술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지역내일 2013-03-07

 


   막연하게 아는 것과 달리 알코올의존인 사람은 사회의 상위 계층에서 더 흔하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노숙자들을 보고 으레 알코올중독은 밑바닥 인생의 문제로 보는 수가 많다. 하지만 이는 과음의 결과이다. 소위 머리 좋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도 과음의 문제는 흔하다.
   좋은 배경에서 고등 교육을 받고 소위 출세하고 돈을 잘 버는 한 사람들의 경우  아무리 과음하고 그 결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지라도, 그를 알코올중독으로 보지 않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통풍 간 질환 등 과음 관련 질환을 진단받아도, 배우자가 우울증을 앓고 자녀들이 힘들어해도, 직장이 좋고 소득이 많은 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안다. 똑똑해서 잘 사는 사람으로 여긴다.
   최악의 상태에 이르러서야 도움을 찾으나, 영리하고 잘 나간다던 사람일수록 단주가 더 어려운 수가 흔하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므로, 알코올을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코올이 얼마나 영리한지 사람들은 배우지 않아 잘 모른다.
   알코올은 매우 교묘하다. 한두 잔만으로 이내 허기와 피로를 없애주고 금방 힘이 나게 한다. 사람들의 시각과 생각과 기분도 획기적으로 바꾸어준다. 웬만해서 달래지지 않던 우울과 좀처럼 가시지 않던 불안을 순간에 해결해준다. 사람을 더 부드럽고 태평스럽게 만든다. 몸과 마음이 남달리 힘들다면 이는 매우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다.
   이런 효과에 매료되면, 좋은 것은 많을수록 좋다고 여기므로 더 마시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때는 효과가 정반대이다. 더 쳐지고 힘이 빠진다. 마음이 더 거칠어지고 격앙된다. 쉽게 울기도 하고 이내 화를 낸다. 금방 싸우려 대들고 매우 폭력적이고 파괴적으로 바뀐다.
   알코올이 지배하고 조종하는 중독적 삶은 알코올의 효과로 더 교묘하고 기만적이다. 늘 눈치를 살피고 틈만 노린다. 아무리 마시지 않으려 해도 무슨 구실과 핑계로, 단 한 모금일망정 어떻게든 입에 대게 한다. 그러고 나면 곧 재발로 또다시 미끄러지게 한다.
   단주를 하자면 알코올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그래서 미리 조심해야 한다. 음주의 구실이 될 만한 조그마한 틈도 만들지 않는다. 다시 미끄러지기 쉬울 것 같다면 그런 장소나 자리, 그런 모임이나 사람, 그런 활동이나 일을 피한다. 대신 술로부터 안전한 곳에서 지내고,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 없이 맑은 정신으로 할 수 있는 놀이나 일을 한다.
   몸에 밴 알코올중독은 쉬지 않는다. 쉬는 날이라고 명절이라고 중독이 휴가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아무리 특별한 날일지라도 평범한 어제 하루처럼 술 없는 맑은 생활을 우직하게 지켜가는 것이다. 왜냐 하면 알코올은 언제나 너무 똑똑하니까!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의과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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