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이면 원주권 모든 학교들이 개학을 한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약간의 기대감과 기분 좋은 설렘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지만 시작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필자가 만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신학기를 앞두고 걱정이 한가득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일 년의 학교생활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 자율학습은 학년부장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자율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하니 걱정이 될 만도 하다.
필자는 야간 자율학습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는 야간 자율학습과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 자율학습은 사뭇 다르다.
자율학습은 이름 그대로 정말 자율학습이여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 자율학습은 자율을 빙자한 타율 학습이거나 ‘우리 반은 한 명도 빠짐없이 야자 할 테니 부모님 동의서 받아와’ 라던가, 심지어 ‘야자 빼려면 보충도 빼!’ 하는 담임선생님의 협박(?)에 따른 강제 학습이 아니던가.
그런데 굳이 그렇게 강제로 자율학습을 시키겠다면 담임선생님도 같이 강의실에 남아서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요즘처럼 스마트한 세상에 스마트한(?) 아이들을 가둬두기만 하면 공부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산이다.
한 학년 당 350명을 한 명도 빠짐없이 남겨 두고 감독 선생님은 두세 분만 남아 복도에서 왔다 갔다, 떠들면 혼난다 하는 강제 학습이 과연 효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실시하는지 의문이다. 진정 누구를 위한 강제 학습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자율학습은 학생과 학부모가 정말 원해서 하는 자율학습이다.
신청자만을 위한 강의실에서, 물론 강의실에는 되도록 주요과목 선생님 위주의 전담 선생님이 상주해서 학생들이 자율학습 중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율학습 1교시가 끝나면 강의실의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다른 강의실로 옮기면 된다. 1교시에는 수학선생님이, 2교시에는 영어선생님이 감독해 주신다면 학생들 또한 감독 선생님의 과목에 따라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철저하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소지한 학생들에게 감독선생님 없는 교실은 이미 PC방이나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자율학습을 하겠다고 신청하는 학생들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소수의 인원부터-절대로 성적순 선발이 아닌 신청자를 위주로- 차근차근 관리해 간다면 다른 많은 학생들도 학교에서 시행하는 자율학습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자. 자율적이며 조용한 분위기에 모르는 문제를 질문도 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데 누가 많은 비용이 드는 학원이나 독서실을 찾아가겠는가?
올해는 우리 지역의 평준화 원년이 된다. 많은 기대와 관심이 각 학교에 집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학교는 강제적 학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강압적인 교육이 아닌 학생의 자율을 존중하고 학부모와 소통하는 학교. 그것이야말로 정말 명문고가 아닐까 싶다.
모 고교는 1학년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여 밤 11시까지 남겨두려 한다고 한다.
평준화가 되니 욕심이 나는 모양이다. 하지만 잊은 것이 하나 있다. 성적은 공부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일일 7~8시간 집중하기 힘든 법이다. 밤 11시까지 강제적 학습이라니 필자는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아침 8시경에 등교하였을 텐데... 그럼 하루 15시간을 학습노동에 쓰고 남는 몇 시간 자면 ~~~~
우리 학생들이 불쌍하다.
카오스입시전략연구소 김경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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