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미팅을 갔었지. 뚱뚱하고 못생긴 애 있길래, 와! 재만 빼고 다른 얘는 다 괜찮아. 그러면 꼭 걔랑 나랑 짝이 되지. 내가 맘에 들어 하는 여자들은 꼭 내 친구 여자친구이거나 우리 형 애인, 형 친구 애인, 아니면 꼭 동성동본,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도대체 되는 일이 하나 없는지.”
DJ DOC가 부른 노래 ‘머피의 법칙’에 나오는 가사다. 머피의 법칙이란 살다보면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는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꼬이기만 하는 경우를 일컬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마트 계산대에 줄을 서면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거나, 평소에는 수시로 다니던 버스가 막상 자신이 타려고 하면 좀처럼 오지 않는다던지, 공부하지 않은 곳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된다던지, 세차를 하면 꼭 비가 오던지 하는 경우가 머피의 법칙에 해당된다.
사람들은 머피의 법칙을 인과 관계가 없이 우연에 의해 발생되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겨왔다.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오늘은 운이 없는 날이라고 여기거나 나만 재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며 심리적 위안을 얻으며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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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자녀들이 귀가하면 “너는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느냐?”고 물어보고, 가족들의 식사시간 등 어떤 자리에서도 질문이 권장된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교사들이 수시로 질문을 하고, 학생들의 질문을 유도하는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질문을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속담을 어떤 일이 생겼을 때에는 그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있으므로 그 이유를 궁금하게 여기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유대인들의 자녀 교육법처럼 주변에서 접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지적 호기심을 가져 보라는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말씀이라고 본다. 묻고 답을 하다보면 저절로 사고력, 창의력, 논리력이 길러지고 수학을 즐기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머피의 법칙 중 마트 계산대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계산대가 1개뿐인 단순한 상황부터 검토해 보자. 계산대가 1개라면 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는다고 불평은 하지만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머피의 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산대가 2개라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산대에서 일을 처리하는 시간은 비슷하므로, 각각의 계산대의 줄이 더 빠르게 줄어들 확률은 1/2로 같다. 즉 비교 대상이 1개뿐이므로 2개의 계산대 어디를 선택하더라도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같으므로 머피의 법칙이 성립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산대가 3개라면? 당연히 내가 선택한 계산대가 더 빠르게 줄어들 확률은 1/3, 비교 대상인 계산대가 2개이므로 다른 계산대가 더 빠르게 줄어들 확률은 2/3로 더 크다. 따라서 머피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대형마트처럼 계산대가 10개쯤 된다면? 내가 선택한 계산대가 가장 빨리 끝날 확률은 1/10이고, 비교 대상이 되는 계산대는 9개이므로 다른 계산대가 먼저 끝날 확률은 9/10이다. 즉, 사람들은 내가 서있는 계산대와 다른 9개의 계산대를 마치 1개인 계산대처럼 여기고 비교하기 때문에 머피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머피의 법칙이란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생기는 일들 중에서 확률이 높은 일이 당연히 더 자주 일어났을 뿐인데, 내가 바라지 않았던 일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게 더 오랫동안 지속되어 마치 자주 발생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오해해서 생기는 현상이다(이것을 선택적 기억이라고 한다).
● 한걸음 더
“나는 같은 과 친구와 원룸에서 함께 자취 생활을 한다. 나는 2층 침대의 2층을 사용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다가 종종 천장에 머리를 부딪친다. 전날 친구와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잠든 다음날 아침에 목이 말라 냉수를 마시기 위해 냉장고를 열면 물통은 늘 비어있다. 뿐만 아니라 바쁜 날 아침에는 세수를 하기 위해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면 샤워기에서 물이 나와 온몸을 적신다.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열심히 시험공부를 했음에도 내가 놓치고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부분에서 시험문제가 출제되어 원하는 학점을 얻지 못했다.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면서부터 머피의 법칙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새 학기에는 아무래도 친구와 떨어져 따로 자취를 해야 할 것 같다.”
머피의 법칙은 사람들의 불완전한 사고능력에서 생겨나는 오류이다. 위 글에 대해서 아래의 해석을 읽기 전에 독자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반박을 해보자. 논리적 사고력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차근차근 길러진다.
2층 침대는 천정과의 거리가 짧으므로 잠결에 일어나다가 머리를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전날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귀가해서 목이 말라 냉장고의 물을 마시고는 귀찮다는 핑계로 물을 보충하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냉장고에는 빈 물통만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샤워를 하므로 세면대의 수고꼭지의 위치가 샤워기일 때가 많은데, 바빠서 서두르다가 수도꼭지의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물을 튼 것이다. 끝으로 시험범위 중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중요한 부분도 있는데. 어려운 부분의 학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본 것이다.
신인선 진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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