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큼 집요하고 변하기 어려운 사람도 없는 것 같다. 그토록 심각한 과음의 후유증들 -비참, 후회, 열패감, 자기혐오, 좌절감 등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없이 겪고도 줄기차게 과음을 지속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집착적인지 알 수 있다.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고도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과 독단적인 사고방식을 고집스레 견지한다. 그래서 단주를 하려면 전향해야 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가 보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 톨스토이. 일찍이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세상을 그리고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는 데에만 주목하고, 정작 자신이 변할 필요는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변화에 대하여서는 아무런 동기도 책무도 느끼지 못하면서, 무조건 상대의 변화만 기대하고 요구한다.
만약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면 상대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보다 자신부터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가까운 사람들, 즉 부부간에나 부모자식 간에 더 그러하다. 청소년들이 문제가 많다고 한다. 부모나 교사들은 어떻게든 그들을 변화시키려고 애쓴다. 자살하겠다고 옥상에서 뛰어 내리려고까지 하는 청소년에게 어떻게 그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의 가정과 학교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변화해야 할 것은 없는가. 단 한명이라도 사람을 변화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 가능한 것은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라야 적어도 상대방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과음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단주를 권유하면, 세상의 술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와 접대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상의 변화만 요구하면서 자신이 먼저 변화할 생각은 못한다. 그러나 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꾸면, 세상은 여전히 술이 넘쳐 똑같이 돌아가도 얼마든지 단주가 가능하다.
단주는 변화이다. 단지 술만 마시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토록 좋아한 술이지만 이제는 포기하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단주의 시작이다. 그 변화가 삶의 모든 면으로 점점 더 전개될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술을 끊고 더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변화를 위한 많은 헌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상대방의 변화에만 집착하면, 자신의 변화에 소홀하기 쉽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 밖의 다른 어떤 것도 눈길이 가지 않아야 한다.
모든 변화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감각이 달라져 지각이 변화하고, 그런 후에 생각과 사상이 바뀐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마음이 달라지고, 모든 행동거지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자신과 상대와 세상을 보는 듣는 눈과 귀가 달라지면,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식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도 변하기 마련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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