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근현대사 박물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지루한 역사, 과학의 옷을 입고 흥미롭게 변신하다

지역내일 2013-01-10
지난해 12월 27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건립 의지를 공표한 뒤 총 4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준비한 곳이다. 경제기획원,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요 정부청사로 사용된 세종로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50여 년 전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필리핀이 미국대사관 건물과 함께 건립해줬던 건물이다. 상징성 있는 장소로 정면에는 정부중앙청사가 마주보고 있고, 좌우로 경복궁과 미국대사관이 이웃해 있다. 관람객들의 연령층도 다양하다. 추억을 더듬는 노년에서 선사시대 공부하듯 신기한 눈으로 보는 아이들까지 저마다 추억과 호기심으로 전시물들을 꼼꼼히 챙겨본다. 겨울방학 동안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는 이야기를 듣고 딸과 함께 리포터가 직접 역사박물관을 찾아가 보았다. 



최첨단 전시시설로 관객 시선 집중
8층 건물 중 1층~ 5층까지 전시실이 꾸며져 있다. 박물관이라는 소리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1층 로비에서부터 사라진다. 1층 무빙 월(움직이는 벽면)을 이용한 영상이 박물관 입장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움직이는 벽면 안에서 역사의 한 장면들이 영화처럼 흘러간다.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2층과 7층은 사무 공간, 8층은 황토마루정원(야외정원)이다. ?
1층에는 제1, 제2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고, 3층~5층에는 한국인이 걸어온 여정이 상설전시관 4곳에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1,500여점의 사진과 전시물들은 다양한 구성으로 진열되어 있다. 천정에서 빛으로 전시물 내용을 알리는 글귀가 나오기도 하고, 사람이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면 센서가 작동되어 영상이 보이는 곳도 있다. 각 전시실 구석에 작은 극장처럼 구성되어 있는 공간도 제각각 다른 모양새를 갖추었다. 통유리로 만들어져 지나가는 사람들도 함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곳도 있고, 화면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마치 3D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도 있다.
저마다 카메라 장비를 들고 들어와 열심히 작업 중인 관람객이 많은 것도 큰 특징이다. 사진이나 전시물 촬영이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저마다 사진으로나마 역사적인 유물들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 전시실에서는 옛날 태극기, 3.1독립선언서, 6.25 전사자 유품, 포니 자동차, 민주화 운동 관련 자료 등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개인이 평생 모으거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기증 자료도 포함돼 있다. 퍼블리카 자동차나 베트남전 귀국상자, 한국맞춤법 교본(1946) 등이 대표적인 기증품이다. 기증은 상시 받고 있으며 전시장 통로 벽면 한 편에는 기증자 명단을 새겨놓은 현판도 볼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
1876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인 사건과 성장발전의 변화과정을 전시로 담아낸 <역사박물관>. 1층 로비에서 무빙 월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에 위치한 전시실은 제1기획전시실이다. ‘대한민국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되어있는데 사진이나 문서가 아닌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닥의 지정된 위치에 서서 기계가 손바닥을 감지하도록 한 후에 손으로 화면을 넘겨가며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 용어로 설명하자면 디지털 아카이브 파노라마다. 디지털 서고나 영상파일을 탐색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확인하기는 다소 어려운 현실. 한 번에 여러 명의 사람이 들어가 너도 나도 손바닥을 들어 올리니 기계가 오류를 내기 일쑤다. 만약 성공한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커다란 화면을 마우스가 아닌 맨 손으로 조작해 볼 수 있다. ?
무빙 월의 왼편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 <우리역사 보물창고>다.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동감 있는 자료로 체험하는 공간이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근현대사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방문 전 인터넷을 이용해 사전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http://discovery.much.go.kr)
시련 속에서 키워낸 희망(1920~1940년대), 폐허를 넘어 만든 성공(1950~1970년대), 세계 속의 대한민국(1980년대~현재) 등 3개 존으로 나눠 각 시기별 자료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엄복동 자전거, 피난선박 쪽배, 안창남 금강호, 퍼블리카, 부활호 비행기, 우리별 1호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통기타와 전축, 60-70년대 음반으로 꾸며진 음악다방에서 다양한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는 뮤직박스 존과 우표와 엽서, 문방구, 옛날 장난감에서 대중문화 체험까지 개인별 탐구가 가능한 나만의 역사탐구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전시 자료 정보를 담은 갤럭시 탭을 하나씩 지급해줘 전시장을 돌며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태동과 대한민국 기초 확립
3층 제1상설전시실은?대한민국의 태동(1876년-1945년)이라는 주제로 자주적 근대국가의 꿈과 좌절을 겪던 시기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8.15 광복까지의 과정을 담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를 만나볼 수 있다. 1886~1890년 조선의 외교 고문으로 활약한 미국인 오웬 데니에게 고종이 내려 준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 김구 선생의 서명이 담긴 태극기, 3ㆍ1 운동 때 태극기를 찍어 냈던 나무판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1896년 발행된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 민족 대표 33인이 1919년 낭독한 독립선언문 진품도 만날 수 있다. 사회 책에서 지루하게 만나던 근대사를 생생한 울림으로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4층 제2상설전시실은 대한민국 기초 확립 (1945년-1960년)이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근대국가 토대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구조선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메러디스 빅토리호 모형을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유엔군은 수천 톤의 짐을 버리고 함경남도 흥남까지 올라간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을 이 화물선에 무사히 태워 남쪽으로 내려왔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세계로의 도약
5층 제3상설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1961년-1987년)이라는 주제로 경제개발과 산업화, 변모하는 도시와 농촌, 그리고 시민사회의 성장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역사적인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국산 1호 자동차 ''시발''과 1970년대 콩나물시루 교실, 1982년 제작된 금성사의 첫 번째 개인용 컴퓨터 ''패미콤 100'' 등이다. 가장 어렵게 구한 전시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자동차 ''포니I''. 1982년 수출돼 30년 넘게 운행되다가 뉴질랜드에서 들여왔다고 한다.
또한 독일로 파견됐던 광부, 간호사의 여권과 월급명세서, 중동 근로자의 편지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파독 광부·간호사 31명이 총 487점을 기증했고 전시관에는 작업복·장비·여권·일기 등 22점이 전시됐다.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일하는 모습과 당시 시대상황을 알려주는 영상이 나온다. ‘오늘도 섭씨 51도. 사막의 모래 섞여 부는 열풍, 이미자가 노래한 타국이 실감납니다. 비행기가 뜰 적마다 가고 싶은 내 고향...향수가 밀리는 하루가 끝나는 밤이면 두고 온 모두를 생각하며 후회도 하며 자각도 하며 열심히 노력합니다. 첫 달 봉급 260,000원 송금했습니다. 형님 다음 만나 웃어 봅시다.’ 중동 사막 근로자로 파견된 동생이 고국의 형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물론 박물관에 전시된 사연이다. 박물관을 관람하는 학생들은 이런 유물들을 통해 선대의 희생, 그리고 땀과 노력을 느끼게 된다.
5층의 제4상설전시실은 대한민국의 선진화, 세계로의 도약(1988년-현재)이라는 주제로 첨단 기술 발전과 세계 문화를 이끌어 가는 현재를 담았다.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청와대 집무실도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다. 큰 창이 마련된 집무실에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부착돼 있다. 창밖으로는 삼각산과 광화문이 시원하게 보여 마치 액자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집무실 책상 맞은편에 마련된 청와대 연설대는 아이들과 외국인이 좋아하는 코너 중 하나. 대통령이 담화 발표나 기자회견 시 연설하는 연설대가 실제와 똑같이 마련되어 있어 집무실과 함께 대통령이 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연설대는 너무 높아 어린 아이들이 간다면 사진 찍기 곤란한 높이다. 어린이 관람객을 배려한 받침대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코너였다.

왜곡 없는 현대사 익히기
박물관에서는 개관과 함께 교육 및 체험행사도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1월에는 유·초등생 및 성인 가족을 대상으로 ‘박물관 하루체험’, ‘자랑스러운 우리 태극기’, ‘역사 속 재미있는 직업들’, ‘통일 염원 삐라 만들기’, ‘우표로 보는 우리 역사’, ‘일제강점기 서울 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교육(체험) 신청은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며, 참가비는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이고, 정해진 정원만큼만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현재 1월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마감된 상태이고, 일부만 추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제 소식을 접한 분들은 2월 이후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 참가 희망자는 수시로 박물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정보를 미리 챙겨놓으면 보다 편리하고 알차게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다.
고려·조선 역사는 잘 알면서도 오늘을 만든 현대사는 잘 모르는 아이들. 불과 몇 십 년 전 할아버지·할머니가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는 책보다 눈으로, 귀로 보고 느끼는 편이 훨씬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역사란 부끄러운 것이든 자랑스러운 것이든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역사박물관은 더욱 그런 사실 중심의 정보 전달이 필요한 곳이다. <역사박물관>은 개관 전 용산의 전쟁기념관과 의주로 서울 역사박물관에 비해 전시물이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는 쓴 소리를 들었다. 군사정권 시절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사실 전달과 정권이 야권으로 넘어갔을 때의 이야기가 많이 축소되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앞으로 <역사박물관>이 풀어야할 숙제다. 개관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어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중한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위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맞은편(5호선 광화문 역 2번 출구)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주차: 10대 주차 가능 (대중교통 권장)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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