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원, 온라인, 과외 통해서도 배울 수 있어
안양시 관양동에 사는 주부 이지영(39)씨. 그는 2013년 한해 계획서를 쓰면서 ‘영어공부 시작하기’를 첫줄에 적었다. 올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호주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현지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겁먹지 않고 영어를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가도록 독하게 마음먹고 배우기로 했다.
이 씨처럼 새해 시작과 함께 영어나 기타 외국어 공부를 계획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 지, 또 수강료는 얼마나 들지 걱정도 된다. 주부들이 효과적이고 저렴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자체 지원 시설에서 저렴하고 편하게
여성회관과 청소년수련관, 평생교육센터 등에서는 주부들을 위해 다양한 영어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이 있다 보니 무엇보다 저렴한 수강료가 장점. 3달 기준 4만8000원에서 9만원 정도로 한 달 평균 2~3만원이면 충분하다. 거기다 주부들이 이용하기 편한 강의시간대와 다양한 수업, 수준 있는 강사진, 편한 시설 등도 장점이다.
하지만 강좌 모집시기가 분기로 정해져 있어 원하는 강좌를 바로 들을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인기 있는 강좌의 경우 모집과 동시에 마감될 수 있어 서둘러 신청해야 놓치는 일이 없다. 물론 인원수가 미달일 경우는 수업 시작 후에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평생교육센터나 여성회관의 경우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시설도 있어, 아이를 동반한 주부들이 수업시간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를 맡기고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사설학원의 주부영어 강좌에 온라인 무료강의까지
일반 사설학원들도 주부들을 위한 영어강좌를 개설해 놓고 있다. 평촌 범계역 근처에 위치한 시사플러스어학원은 주부들을 위한 ‘주부영어’ 강좌를 개설했다. 한국인강사가 진행하는 2개 강좌와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3개 강좌로 구성된 ‘주부영어’는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진행된다. 일주일에 2~3회 수업하며, 수강료도 일반 회화 과정 보다 약 40%정도 저렴하다. 이 학원 관계자는 “주부들이 학생이다 보니 강사와의 관계도 좋고 수업분위기도 편안하고 재미있다”며 “주부라는 공감대 때문에 영어 실력이 부족해도 서로 이해하며 배운다”고 설명했다. 산본에 위치한 시사플러스어학원도 오전에 한해 수강료를 할인해 주는 ‘해피클래스’를 개설해 놓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운영하는 경기도 평생학습 e-배움터 ‘홈런(Home Learn, http://www.homelearn.go.kr)’이다. 홈런은 경기도민의 역량향상 및 자기계발을 통한 자아실현을 돕기 위해 경기도가 마련한 e러닝서비스다. 외국어, 자격증, 교양, 정보화, 경영/리더십 등 5개 분양 총 400여개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이중 외국어는 영어, 어린이영어, 일본어, 중국어, 제3외국어 등이 개설돼 있다. 영어의 경우 회화/청취, 영어 관련 시험대비, 문법/작문, 어휘/독해, 비즈니스 등 5개 분야에 입문, 초급, 중급 등 수준 단계별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강좌는 경기도민으로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으며 학습 진단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나만의 맞춤 강의, 영어과외도 이용해 볼만
기존의 학원이나 문화센터 등의 그룹 수업이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는다면 나만을 위한 맞춤 수업이 가능한 과외를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외는 중고생들만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유학이나 토익 점수, 영어회화 등 단기간에 영어 실력 향상이 필요해 과외를 받는 일반인들도 많이 있다. 또한 자신의 실력이 너무 부족해 여러 사람과 함께 수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과외 교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주변에서 과외교사를 소개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전문적으로 과외교사를 소개해 주는 업체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평촌 학원가에 있는 맞춤과외 전문 학원인 ‘멘토나라’ 유진영 실장은 “아무래도 과외는 1:1 수업이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 단기간에 효과를 보는 측면이 있다”며 “주부들의 경우 자신이 영어를 배우려는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그것에 적합한 선생님을 추천받아 샘플 수업을 받아보고 자신과 적합한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 과외는 1:1개인 수업이다 보니 앞서 소개한 것들 보다 수강료가 다소 비싸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주부들의 목소리를 듣다- 동안청소년수련관 ‘엄마는 영어박사’ 강좌
영어공부, 함께 하면 어렵지 않아요.
동안청소년수련관에서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는 ‘엄마는 영어박사’ 강좌. 이 프로그램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영어회화와 문법을 강의하는 강좌이다. 3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한 클래스 당 10여명 안팎이 모인다. 이 수업의 주부들을 만나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와 어렵지 않은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우선, 영어를 왜 배우는지가 궁금해 질문하자, 61세 연세에도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던 영어명 레베카(안양 호계동) 주부는 “미국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다”며 “6개월째 듣고 있는데 실생활에서 쓰는 표현 위주로 가르쳐줘 내년에 딸아이 보러 미국 가면 떨지 않고 영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영어를 배우며 어떤 단어나 표현에 대해 딸이랑 대화가 통해 참 좋다”고 말했다. 강사인 정상희씨는 “젊은 주부들 중에 어린 자녀의 영어공부를 직접 지도할 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가 3개월, 6개월이 지나 아이가 아닌 자신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목적을 바꾸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영어명 니콜(안양 귀인동) 주부는 “기초가 부족해서 문법부터 배우고 싶어 수소문 해 찾아왔는데 쉽고 재미있게 진행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강좌만 2년 6개월째 듣고 있다는 영어명 올리비아(55, 안양 호계동) 주부는 “강사님이 주부들의 실력이나 마음을 잘 알아 꼼꼼히 가르쳐 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배우고 있다”며 “오래한 덕분에 실력도 좀 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강생 김모 주부는 “시작할 땐 어려웠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더라”고 말했다.
정 강사는 “처음에는 다들 부끄러워하고 자신 없어 하던 주부들이 함께 수업하면서 서로의 모습에서 자극도 받고 배우면서 목표와 의욕을 갖고 수업을 듣는다”며 “저도 주부이다 보니 서로 공감대도 형성되고 그런 공감대를 영어를 통해 표현하고 배울 수 있어 주부들이 더 효과적으로 영어 실력을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주부들에 대해 정 강사는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라”며 “혼자 하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과 함께 배운다면 영어공부가 더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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