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예약과 ‘No Show’

지역내일 2013-01-03

삼성의료원이 철저한 예약제 운영을 표방해 대한민국 의료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그 후로 우리나라 병원이나 의원의 대다수가 예약제 진료를 하고 있어서 예약을 한다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예약제란 특정 서비스를 받을 때 기다리지 않고 줄 서지 않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는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예약을 한 소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시간대에 갑자기 다른 소비자로 채울 수가 없어서 비워 놓게 되고 결국 공급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다. 소비자의 편리를 위한 제도가 소비자에게 오히려 손해로 작용하는 모순이 시작된다. 비용을 올리지 않고 예약을 초과해서 받아 놓아서 오지 않는 손님에 대비하는 매장도 생길 것이다.

이런 예약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으로 과잉 예약을 받지 않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 쇼(No Show)’를 없애는 것이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개인으로 보면 예약을 지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예약을 취소하는 전화를 하다가 혹시나 퉁명스러운 반응으로 기분이 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연락 두절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저자가 예약제로 영구제모시술만을 하는 피부과를 시작한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노 쇼의 비율은 10여 년 전에 비해 줄지 않아 병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의료공급자들 중에서는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는 예약제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과잉으로 예약을 잡아놓아서 환자를 기다리게 하는 병원들이 많아서 의료소비자의 연락 없는 노 쇼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예약제를 시행하는 큰 병원들도 1인당 진료시간 배정을 줄이고 과잉으로 예약을 잡아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을 다시 만들고 있다는 소리도 자주 들려온다. 2013년에는 우선 병원이 바뀌어야 의료소비자의 행동도 바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나라 의료계가 예약제의 진정한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소비자에게도 적용 될 수 있는 박찬일 셰프의 ‘꼭 알아두어야 할 레스토랑 예약&취소 매너’ 중에서 하나를 소개한다. 예약 취소를 미안하게 여기지 말 것. 취소보다 노-쇼가 더 미안 한 일!

제이엠오피부과의원
고우석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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