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봄을 준비하며>

지역내일 2013-02-17

겨울이 다가고 봄이 오면 굳이 누군가 일부러 씨앗을 뿌리지 않았는데도 자연은 또다시 푸 르름을 준비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만물이 다 죽어 없어져 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소리 없이 아무도 모르게 그동안 저축해 놓은 양분을 이용해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체도 자연과 같이 봄을 아무 탈 없이 잘 보내기 위해선 겨울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선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으로 治未病(치미병, 병이 걸리기 전에 치료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봄은 오행(목화토금수) 중에 목(木)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새싹이 돋듯이 모든 새로운 것이 생기고 뻗어가는 계절입니다.
음(陰)의 기운이 강한 겨울철에 숨어있던 양(陽)의 기운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겨울철에 음의 기운이나 양의 기운을 충분히 저장하지 않으면 막상 봄이 왔을 때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한의학 서적인 ‘내경’에는 ‘겨울에 차가운 기운에 상하거나 정기를 잘 간직하지 못하면 반드시 봄에 병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봄철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겨울에 한약을 복용하고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음식섭취를 하여 몸의 정기를 튼튼하게 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봄을 준비하며 먹는 겨울철 보약
일반적으로 보약은 환절기나 봄, 가을에만 먹고 여름, 겨울에 먹으면 효과가 없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몸이 허약할 때 한약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고, 그 전에 미리 면역력 증진과 예방차원에서 한 계절 앞서 먹는 보약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체력증진이나 면역력 향상 등 몸을 보하는 보약은 체질과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봄에는 양기를 북돋우며 소화기인 비위의 기능을 돕고, 여름에는 과도한 땀으로 인해 기운이 떨어지고 모자라는 영양분 충족을 위주로 하고, 가을에는 호흡기를 보강하고 건조해지는 것에 대해 양분을 보태주며, 겨울에는 영양분 충족과 신장의 기운을 도와주는 처방에 중점을 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로 동의보감에 ‘허로’에 쓰는 처방을 계절에 따라 ‘여름이면 육미지황원, 봄과 가을이면 신기환, 겨울에는 팔미환’을 복용한다고 하였습니다.
활기차게 봄을 맞이하고 건강하게 잘 보내기 위하여 미리 겨울철에 몸을 충전하는 한약을 복용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턱대고 ‘누가 ○○가 어디에 좋더라’ 했다고 아무 약이나 먹는 것보다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아서 몸에 맞는 한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 정경용 원장 (청주시한의사협회 홍보위원, 정경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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