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글로벌도서관에서는 홈스쿨링으로 영어, 중국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는 딸을 키우고 있는 정현미 씨가 ‘평범한 엄마의 외국어 홈스쿨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했다. 평범한 엄마였던 정 씨가 딸 찬송이를 ‘영어 잘하는 아이’, ‘외국어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까지 그녀가 택했던 교육방법과 비책 등이 소개되는 자리였다.
100명 정원에 120여명을 훌쩍 넘긴 엄마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왔다. 강사의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필기하며 활발히 질문하는 모습에서 우리 주부들이 얼마나 자녀의 영어교육에 관심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정씨에게서 ‘외국어 교육 리얼 스토리’를 들어봤다.
▶찬송이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걸 보니 엄마도 영어를 잘하시나봅니다.
아니요. 전 영어 잘 못합니다. 오히려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잘못된 선행학습’으로 영어에 흥미를 잃고 포기했던 소녀였고, 대학원 입학과 미국어학연수 등 중요한 순간마다 영어에 발목이 잡혀 영어라면 몸서리치도록 싫어했어요.
▶찬송이는 언제부터 어떤 방법으로 영어를 가르치셨나요?
저는 찬송이가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생후 1년이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한국어를 배우듯이 영어를 접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다가갔죠.
그리고 택한 방법이 ‘많이 들려주기’였어요. 영어 비디오를 틀어놓고 수시로 보여주며 듣기 환경을 만들었죠. 비디오와 함께 영어 이야기책도 많이 읽어줬어요. 엄마의 발음이 안 좋더라도 자신 있게 읽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4세 이후에는 영어 전문 채널을 이용했어요. 거의 매일 영어채널을 접하게 해 주자 아이가 원어민의 목소리와 발음에 익숙해지고 자연적으로 발음도 교정이 되더군요.
▶오랜 비디오 노출은 아이에게 중독을 일으키거나 발달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네. 그 당시 전문가들이 아이에게 비디오를 많이 보여주면 자폐나 중독 등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던 때라 걱정도 있었지만, 전 전문가의 말이 아닌 제 아이의 반응과 소리를 들었어요. 아이가 영어 비디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라는 확신을 가졌죠. 물론 비디오를 보여줄 때는 아이가 중독에 빠지지 않는지 잘 살피는 지혜가 필요해요. 중독과 집중은 구별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한국어책은 아예 안 읽어주셨나요?
한국어책도 영어책과 똑같이 읽어줬어요. 5세 이후에 잠깐,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가 헷갈리는 시기를 겪더군요. 이 때 한국어 이야기책을 영어 이야기책과 같은 비율로 꾸준히 읽어주자 어느 시점에 한국어와 영어에 균형이 잡히는 것을 경험했어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해요. 초등학교 때에는 한국어책과 영어책을 3:7 비율로 읽어줬어요.
외국어,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존중해 줘야
▶영어 하나 잘하기도 힘든데 순수 국내파 찬송이가 어떻게 7개 국어나 구사할 수 있게 됐나요? 아이가 천재 아닌가요?
절대 천재가 아닙니다. 한발 물러서서 찬송이가 스스로 하도록 지켜봐 주고,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언어가 아닌 놀이로 접근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아이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계기를 주니 그것을 해결하고자 스스로 외국어를 공부하더라고요. 일본어도 중국어도 이태리어도 다 그런 식으로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가 집중하는 시간은 끊지 않았어요. 끊는 순간 아이의 상상력도 바로 끊어집니다. 단, 아이가 관심을 끊으면 엄마가 내키지 않더라도 바로 그만 둬야 해요. 미련이 남아 계속 하자고 하면 아이는 아예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요. 외국어 공부에서 흥미를 잃는 건 아주 큰 손해지요. 영어전문서점과 도서관을 내 집처럼 드나들고 국내의 체험학습이나 배우고 싶은 언어를 쓰는 나라로 여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와의 소통을 강조하셨는데요, 외국어 잘하기 위해 소통이 중요한가요?
네, 물론입니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한 조건 중 중요한 것이 아이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수직관계가 아닌 평등한 수평관계에서 소통하다 보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외국어공부에도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와 소통이 안 되고 있다면 외국어 공부 시작 전 이유를 생각해보고, 아이에게 잘 못 한 게 있다면 사과하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마지막으로, 자녀의 영어공부에 고민과 관심이 많은 어머님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내 아이에게 외국어를 왜 가르치는가? 먼저 그 목적을 정해보세요.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아이와 함께 세워보세요. 전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삶의 목표를 아이와 함께 정했죠. 삶의 목표는 ‘나누는 사람’으로 세우고, 외국어를 배우는 목표는 ‘많은 아이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정했어요. 목표가 생기자 아이가 외국어 공부를 더 자발적으로 하더군요. 현재 찬송이는 블로그를 통해 아이들에게 영어책 읽어주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현재 찬송이는 중학교 2학년 나이이다. 그러나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엄마와 홈스쿨링을 통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정씨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스쿨링에 관심 있는 엄마들은 그것이 아이에게 꼭 맞는 최선의 방법인가를 철저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한다”고 충고했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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