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문제가 발전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유전이나 체질 같은 생물학적 원인만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살아가는 동안, 특히 성장기 동안 겪은 여러 경험을 통하여 형성한 개인의 심리적 정서적 성격적 특성들이 현재의 환경 여건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특히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과 더 다른 특징이 있다.
남성들의 경우에도 일부 그러하지만, 여성들의 과음 문제는 흔히 부정적인 기분이나 감정을 다루어 내는 능력과 관계가 깊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경우 외부의 사회적 행사에서 음주하는 수가 많다. 이에 비하여 여성들의 경우에는 사회적 상황보다는, 주위의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운 정서와 감정들이 음주를 촉발한다.
예컨대 과음 문제의 가정에서 자라는 동안, 가장 의지하고 사랑받고 싶은 부모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분노나 적개심을 느낀다면 무척 괴로운 일이 된다. 당연히 이에 따른 죄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이를 억제하고 부정하여 의식에서 지워버리려고 애쓴다. 그렇지만 일상을 같이 하는 가까운 사람들인지라 조만간에 이러한 경험을 다시 반복하기 마련이다. 이런 일이 쌓이다 보면 더 참을 수 없게 되어 다시 과음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작동 기전에 대하여 섬세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가장 표면에서 나타나서 쉽게 의식할 수 있는 자책감만 없애려 한다. 어떻게든 이런 마음을 빨리 씻어내고 또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오히려 상대에게 더 잘 하려고 애쓸 뿐이다. 그럴수록 더 엮이게 되고, 결국에는 더 자주 더 많이 상처받을 뿐이다.
자신의 내면의 실체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또 도리나 도덕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이를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므로,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거지는 마음속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흔히 “쟤는 잘 할 때에는 어느 누구보다 잘 하는데, 오직 술이 문제야” 라는 식의 말로 잘못 이해받는다.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려 하는 보호자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역시 큰 문제이다. 실상을 모르므로 단주를 도와준다고 상투적으로 하는 말과 대하는 행동거지 그리고 그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모두 그를 더 힘들게 하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부추기고 이는 다시 음주로 연결되기 쉽다.
남성들의 경우 감정적 요인과 관계없이 운동 시합이라든가 동문 모임과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행사에서 과음하기 쉽다. 그래서 남성의 경우 음주 위험이 많은 사회적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면, 여성의 경우에는 부정적 감정을 대처하는 대체 방법을 찾는 것이 단주하는 데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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