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가슴이?
남자들의 말 못할 고민 여성형 유방증
직장 초년생인 정지환(29·가명) 씨는 여름이 무섭다. 다소 통통하다고는 하지만 몸에 비해 큰 가슴 때문에 노출이 많은 계절만 돌아오면 내내 움츠려든다. 휴가철에 자주 찾는 워터파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다행이 요즘은 그나마 수영복 위에 상의를 입는 추세라 가슴을 가릴 수 있어 가끔 들리곤 했다는데. 아무리 살을 빼봐도 가슴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용기를 내서 병원을 찾았고 ‘여성형 유방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들었다.
사춘기 청소년과 20대 초반 환자 꾸준히 늘고 있어
남성의 가슴에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유선조직이 있지만 대부분 흔적만 남게 된다. 여성과는 달리 남성의 유선조직은 출생 후에 거의 변화가 없지만 생리적인 현상으로 유아기나 청소년기의 호르몬 불균형, 고환의 기능문제, 간기능 장애,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유선조직의 비정상적인 증식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여성형 유방증’ 또는 ‘여유증’이라고 한다. 증세는 가슴에 멍울 같은 것이 만져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여성형 유방증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과 20대 초반 젊은 층 환자가 많다. 운동을 하고 체중 조절을 하더라도 가슴살이 빠지지 않고 유두가 튀어나오는 증상 때문에 노출이 많은 여름이나 군입대를 앞둔 남성들이 병원을 찾는다. 2011년 여유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만 천 여명. 그 중 10대와 20대 환자를 합치면 절반이나 된다.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지방 섭취율이 높아지면서 여성형 유방증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비만이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몸에서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되는 것도 여유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여성형 유방이 있을 때는 단순한 신체적인 불만족을 넘어 자신감 상실,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심리적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서 여성유방증은 문제가 심각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여성유방증으로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증세 지속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술 권해
여성형 유방은 크기와 종류에 따라서 지방성분이 많은 가성 여성형 유방과 섬유성 유선조직이 많은 진성 여성형 유방으로 구분된다. 두 가지를 구분하기 위해서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을 시행해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여성형 유방을 일으킬 수 있는 호르몬 이상이 의심이 된다면 내분비학적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20대의 젊은 남성에서 생기는 여성형 유방은 대부분에서 유전자 이상이나 갑상선 기능장애가 없이 특발성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해서 적절한 처치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더즈외과 김상원 원장은 “청소년기 때 여유증은 생리적인 현상으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비만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어렸을 때부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성유방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정기간 관찰하는 것도 추천하고 있다. 또한 통증의 조절을 위해 호르몬 억제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증세가 지속되고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수술을 통해 절제해야 한다.
심각하지 않을 경우 간단히 지방흡입술을 통해 제거하고 유선이 발달한 경우라면 유선 조직 절제술을 통해 제거하면 된다. 최근의 수술방법은 가능한 흉터를 최소한도로 하면서 지방흡입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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