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컨빅션’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결백 프로젝트

지역내일 2012-12-13

무고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증거 수집과 DNA 검사로 무죄를 입증해주는 미국의 ‘결백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는 언론을 통해 무죄 입증 사례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은 실화소설 ‘이노센트 맨’(2010년)을 통해 촉망받던 야구선수가 살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 감방에서 망가져가는 과정과 극적인 재판 과정을 상세히 그려냈다. 13일 개봉한 ‘컨빅션’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결백 프로젝트 실화를 담고 있다.


유죄 판결에서 무죄 입증까지
영화 ‘컨빅션(Conviction)’은 제목 자체에 영화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컨빅션’이란 단어는 유죄판결, 확신, 설득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무고한 오빠 케니(샘 록웰)가 살인사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종신형으로 복역하게 되자, 오빠의 무죄를 확신하는 동생 베티 앤(힐러리 스웽크)은 오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항고를 하지만 유죄가 확실한 상황에서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도 없을뿐더러 베티에게는 변호사를 고용할 금전적 여유도 없다. 억울한 수감생활을 버티기 힘든 오빠는 자살을 시도하고 그런 오빠의 모습을 보고 가슴아파한 베티는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과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된다. 베티는 오빠에게는 희망적인 설득을, 결백 프로젝트 담당자에게는 호소력 있는 설득을, 검찰에는 증거 수집을 통한 설득을 해냄으로써 18년 만에 오빠에게 자유를 안겨준다.


사랑과 믿음의 힘이 느껴지는 감동실화
케니의 재판과정에서 제시되는 증거물이나 증인들의 발언은 가족이라고 해도 유죄를 의심할 만큼 잘 짜여 있다. 참혹한 피해자의 사진, 현장에서 사용된 흉기, 용의자의 혈액형과 동일한 혈흔, 옛 애인과 배우자의 살인 증언 등은 배심원들에게 유죄판결의 확신을 준다. 진실을 알아보지 못한 채 의심의 여지없이 무고한 시민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배심원과 판사의 모습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묘한 분노를 자아낸다. 어쩌면 그 분노는 지금도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빠의 자유를 위한 베티의 기나긴 싸움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영화는 케니와 베티에게 벌어진 18년이라는 긴 세월을 모두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베티의 싸움에는 오빠에 대한 사랑과 믿음, 자신에 대한 신념, 남편과 아이들의 희생, 친구의 격려 등이 담겨있음을 영화는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술집 웨이트리스, 두 아이의 엄마, 법학과 늦깎이 학생, 수감자의 여동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은 힘겹기 그지없다. 엄마의 삶을 어려서부터 지켜본 아들이 “어떻게 그렇게 희생하면서 살 수 있어?”라고 질문하자, 베티는 “내 삶이 희생이라고만 생각하니?”라고 되묻는다. 타인에게 희생으로만 비춰지는 삶 속에서 겪은 좌절과 희망은 그녀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필요한 ‘결백 프로젝트’
성공에 눈이 먼 한 경찰관의 선입관으로 시작된 부적절한 수사와 조작된 증거들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었던 남매의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고의든 실수든 정의롭지 못한 공권력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는 언제나 생겨날 수 있다.
케니의 무죄 입증은 베티라는 여동생의 노력과 함께 결백 프로젝트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의 결백 프로젝트는 1992년에 설립돼 현재 미국 전역으로 전파되어 법률클리닉 외에 법원 산하 결백조사위원회가 설치된 주도 있다. 실제로 변호사였던 전업 작가 존 그리샴은 “부당한 기소로 허비되는 국정 예산은 계산조차 쉽지 않다. 재정적 낭비와 더불어 인간적인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억울한 기소로 인한 정신적 충격은 결백이 입증된 후에도 완전히 치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형자 중 케니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는 없을까. 그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