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기동이 뜬다. 모기동? 양천구에 살면서 모기동을 모른다면…. 모기동은 양천구 목2동을 부르는 소리대로 쓴 것으로 마을에 대한 애정을 담아 붙여준 목2동의 별명이자 동네 주민들의 애칭이다.
최근 이 동네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우리 마을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돈 벌기도 바쁜데…’ ‘이런 수준 낮은 동네에서 무슨 일을 벌려’라는 무관심 속에서 작은 것 하나부터 마을주민들이 모여 의논하고 직접 만들어 함께 준비한 ‘모기동 마을축제’ 난쟁이 마을 모기동은 마을축제로 하나가 되었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투박하지만 함께 라서 즐거운 그들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모기동 마을축제의 주축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모기동 마을축제의 중심에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단체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가 있다. ‘플러스 마이너스 1도씨’는 지구의 온도는 1℃ 낮추고 사람의 온도는 1℃ 올리는 실천을, 예술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철학을 담은 단어다. 이들의 모임 장소는 카페 숙영원. 공공미술활동가로 일한 김지영 씨와 유다원 씨가 공동대표로 있다.
김지영 유다원 공동대표는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는 주부들과 함께 지역의 버려진 공간을 예술이라는 방법으로 문화적 장소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바람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소셜벤처를 준비 중인 여성들의 모임”이라 소개한다.
숙영원이 문을 열면서 주변의 의식 있는 문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대표적으로 카페 숙영원 맞은편에 있는 도예 공방을 운영 중인 ‘나무도예방’의 박명주(41세)씨, 송현희(38세)씨. ‘나무도예방’ 역시 숙영원처럼 박명주 씨 개인 작업실로 시작했다가 사람들이 모이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공방이자 공동작업실이 됐다.
그리고 협동조합 ‘나무와 숲’이 합세를 했다. 협동조합 ‘나무와 숲’은 동네 지역아동센터 ‘나무와 숲’과 기린청소년센터가 합쳐졌다. 여기에 동네에 위치한 수녀원인 마리아의 딸 수도회까지 각자 고민하던 지역의 문제와 나눔의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연구하면서 모기동 마을만들기에 합류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마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류다원씨와 김지영 씨가 양천구청의 소셜벤처 타운에 대표로 입주를 하면서 미술을 전공한 김지영 씨는 필요한 모든 디자인을, 행정을 전공한 류다원씨는 작업에 필요한 기획과 진행을 맡는 자연스런 역할 분담도 생겼다.
함께 나눈 생각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플러스마이너스 1도C’가 만들어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함께일하는재단, 양천구청이 후원하는 양천구 벤처 타운의 멘토링 시스템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사업에 필요한 요소를 훈련받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11년 ‘모기동 궁여지책’
처음부터 거창한 일을 꾸미려고 모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과 뜻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동네에서 제발 뭐라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2011년 첫 마을축제 ‘모기동 궁여지책’은 그렇게 탄생됐다.
공공미술활동가인 플러스마이너스1도씨 대표들과 도예작가인 나무도예방 주인장들이 주축이 되어 축제준비가 순식간에 진행됐다. 짧은 기간에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홍보물이 완성되고 다양한 축제프로그램이 꾸며졌다.
축제는 벼룩시장 아트마켓 먹거리 장터로 이루어진 벼룩놀이터, 공연과 마을상영회, 그림전시회, 거리놀이터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 공연과 마을상영회는 친구들의 댄스와 통기타, 어쿠스틱 공연, 알음알음 마을돌이 참여자(지역 친구들)들이 직접 찍고 만든 영화 상영, 어린이책시민연대(양천지회)에서 진행하는 빛 그림 그리고 들려주는 이야기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은 우연히, 그리고 일사천리도 진행됐다.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의 임광진 이사장이 카페를 찾았다가 축제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제안했고, 즉석에서 인형극단 앨리스를 섭외한 것이다.
마을축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모기동 골목이 시끌시끌. 100m 정도의 구간이 마을축제로 인해 차량통제가 가능하여 이날만큼은 자유로운 놀이터였다. 골목 곳곳에는 만국기가 달렸다. 마을축제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마을에서 다양한 연대와 협력을 맺고 있는 기관, 사람들이 함께했다.
2012년 ‘한 가을의 꿈, 모기동 일장추몽’
나에겐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쓸 만해서 버리기 아까운 것들, 직접 만든 음식, 그리고 정성 담아 제작한 작품들을 축제 벼룩시장에 가지고 나온 주민들. 축제를 맞이하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노고가 있었다. 모기동 벼룩놀이터 현수막이 탄생되는 과정과 벼룩 놀이터의 진열장이 될 알록달록 박스와 지역에서, 재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버려진 종이박스들과 하루의 쓰임을 달리한 우유박스를 벼룩시장 부스들로 활용키로 했다. 그렇게 모인 종이박스들로 모빌도 만들고, 간판도 만들고 아이들의 손으로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완성한 첫 번째 모기동 마을축제. 함께 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함께였다고 그들은 말한다.
후미진 골목 벽과 카페 근처 공간에는 주민들이 모여 따스한 느낌이 가득한 벽화도 그렸다. 축제가 풍요로워지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한 것은 1년 넘게 조용히 카페 숙영원의 손님으로만 있었던 주민들이었다.
축제 이후 주민들의 네트워크는 더욱 단단해졌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직접 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앞으로의 모기동 마을 만들기에 대해 논의를 하는 자리인 ‘나눔 식탁’이 축제 다음 달에 바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2012년 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아트마켓과 벼룩시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당연히 2012년 ‘한 가을의 꿈, 모기동 일장추몽’은 2011년보다 더 화려하게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마을축제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의 경계가 없어지는 ‘삶은 아트’
“삶은 아트는 막 삶은 달걀처럼 따뜻한 온기를 뿜고 상상력 가득한 노른자가 딱딱한 껍질의 틀을 깨어 부드럽고 말랑한 예술적 감성으로 우리 삶에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는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대표들의 바람대로 ‘삶은 아트’란 기치 아래 공공예술교육, 인문학강좌, 생활예술교육, 독서스터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삶은 아트’는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의 경계가 없는 일상예술에 대한 철학을 담은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의 지역밀착형 문화예술교육을 지칭한다.
공공예술 교육프로그램인 모기동 격세지감은 목2동에서의 문화예술교육으로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모기동 격세지감’은 나무도예방과 운영하는 벽화교육프로그램과 기억발전소와 진행하는 사진교육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지역주민, 문화예술단체, 지역아동이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지역과 나와의 관계 재인식과 창의적인 작업으로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과정을 함께 하고자 하는 공공예술교육이다.
벽화교육프로그램 ‘마을공간 상상제작단’은 나무도예방과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해 흙 반죽으로 흙의 성질, 재료활용법을 알아가고 도예 다양한 기법 익히기, 벽화 공간에 직접 스케치하고 채색하기 등을 배운다.
벽화교육프로그램은 총 4개월의 긴긴 시간이 지나, 아이들의 작업이 드디어 전시회를 가졌다. 시작은 어색하고, 서먹했지만 결국 웃음과 행복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이들 작품 하나하나를 보고, 정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결과전시회. 그동안의 시간동안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많이 자랐고, 선생님도 함께 성장하였던 시간이었다고. 그 결과 목2동에 협동조합 ''나무와 숲''의 외관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목2동의 아이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다.
마을주체자 발굴_인문학 강좌
마을에서 배우다 2012 _ 모기동 문화다방
인문학 강좌 미래를 보는 지혜 모기동 문화다방은 모기동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즐겁게 살기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찾기 위해 다른 지역의 사례를 듣고 배우는 자리다. 질문과 토론 그리고 방향성을 다져가며 모기동만의 문화마을을 형성해가기 위한 소중한 여럿 이야기를 나눴다. 사례를 듣고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지역에 대입 가능한 것을 직접 찾아보는 이들의 노력의 결실이 바로 인문학 강좌이다.
모기동 문화마을을 위한 첫번째 문화다방은 성미산 마을 유창복 대표였다. 동네 연극 주연배우이자 성미산 마을 대표, 서울 공동체 관련 사단법인 마을 대표인 유창복씨는 축제 영상과 함께 성미산 사는 이야기를 비하인드 스토리를 섞어가며 즐거운 강좌를 열었다.
두 번째 인문학 강좌는 스페이스 빔 ''배다리마을 지키고 가꾸기 5년의 활동과 의미'' 라는 주제로 민운기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 공동실행위원장, 스페이스 ''빔'' 대표를 초청하여 강좌를 개최했다.
아델의 청소년 문화공간 ‘청.청.청’
“어른에게 배우고 어른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곳이 아닌, 지역의 다양한 청소년과 어른들이 ‘이해와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리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고자 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찾아 이루어 갈 수 있는 마을의 자유로운 배움터이자 삶터의 한 부분이 되길 희망한다.”
최근 모기동에서 자주 이야기되고 있는 동네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수녀원 공간 개방이다. 1980년 목2동에 천주교 마리아의 딸 수도회가 자리한 이후 지역 사회와 교류를 고민하던 중 2011년부터 지역사회와의 연대 방향으로 지역의 아동, 청소년을 위해 수도원의 일정 공간을 개방하기로 하였다.
숙영원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카페 공간 곳곳을 살펴봐도 모기동 주민들은 단순히 같은 행정구역에 모여 살고 있는 의미를 넘어, 모기동이라는 동네 자체에 관심이 있고 함께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기동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 기억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2012년도 ''모기동''을 통해 참 많은 사람을 만났고, 고마운 일도 많았다”는 김지영 유다원 공동대표는 “30대, 외롭고 빽 없고, 가진 것 없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이곳, 모기동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라며 갈무리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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