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도 배우고, 이웃끼리 정도 나누지요”

지역내일 2012-12-05

날씨가 추워지니 주변에 뜨개질을 한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목도리며 장갑이며, 조끼에 가디건까지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아주 다양한데, 함께 모여 뜨개질뿐 아니라 이웃의 정도 나눈다는 사람들이 있다. 동네 사랑방처럼 따뜻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솔로몬 뜨개방이다. 


뜨개질, 이래서 좋다
의왕시 내손동 레미안에버하임 아파트 옆 상가에 위치한 솔로몬 뜨개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로 된 문을 열자 작은 온돌방 바닥에서 주부 회원 대여섯 명이 모여 뜨개질을 하고 있다. 들어가 자리에 앉아, 뜨개질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권명화 사장은 “마음만 먹으면 돼”라는 짧은 말로 답을 대신한다. 그래도 준비물이나 특별한 뜨개 기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이번에는 “실만 사면 내가 다 무료로 가르쳐 줘. 겉뜨기와 안뜨기만 배우면 머든 다 뜰 수 있고.” 다시 되돌아 온 답마저 너무 간단하다. 그러다 그럼 뜨개질을 하면 좋은 점이 뭐냐고 묻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말들이 쏟아진다. 다 받아 적기도 힘들 정도로 권 사장과 주부 회원들은 뜨개질의 좋은 점을 하나 둘 소개했다.
그들이 말한 뜨개질의 좋은 점은, 첫째 머리를 많이 써야 하므로 치매 예방에 좋고, 둘째 집중해야 하므로 잡념이 없어져 정신이 맑아지며, 셋째 뜨개방에 나와 사람들과 얘기하며 웃고 떠들다보면 주부 우울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자기 체형에 맞는 옷을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드니 개성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17년을 한결같이, 뜨개질에 인생을 배우다
솔로몬 뜨개방은 권 사장이 IMF 때 이불가게로 시작해 이후 뜨개방으로 전환, 17년 동안 운영 중인 곳이다.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고. 예전에 배웠던 수강생들이 오랜만에 들려 추억을 곱씹곤 한단다.
“주변에 뜨개방들이 하나둘씩 사라져도 꿋꿋이 이곳을 지켰지. 솔직히 수익으로는 우리도 어려운데 그래도 여기에 와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문을 못 닫고 있어.”
이곳에 나오는 주부 회원들은 “여기 회원들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뜨개질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부분 주부이고 연령대도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해 서로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했다.
멀리 서울 금호동에서 뜨개질을 배우러 오는 박지현씨는 “서울에는 이런 뜨개방이 잘 없어. 여기는 함께 배우는 회원들이 가족 같아서 멀어서 와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촌에서 온다는 이경희씨는 “뜨개질을 하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된다. 육아에 치여 마음의 여유가 없는 요즘 젊은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뜨개질, 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뜨개질을 처음 시작하면 겉뜨기로만 뜨는 목도리부터 배운다. 목도리를 다 뜨고 나면 조끼로 넘어가고, 장갑 같은 작은 소품은 오히려 더 어려워 나중에 배우는 것이 좋다. 요즘은 뜨개질실의 재질이나 종류가 아주 다양해서 계절과 만드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을 용품은 부드러운 극세사 실을 사용해 뜨면 연약한 아이들 피부에 자극이 적다고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엔 캐시미어나 혼방, 극세사 등 보온력이 우수한 실을 사용하며, 겨울 실은 굵기 때문에 금방 뜰 수 있다. 뜨는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목도리는 짧게는 하루, 가디건의 경우 평균 열흘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고. 
이곳의 회원인 최명희씨는 “산 것보다 뜬 것이 보온력이 훨씬 좋다. 산 것이 어쩌면 비용이 덜 들 수도 있지만 뜬 것에는 내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돈으로 매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겨울은 어느 해보다 길고 혹독한 겨울이 될 거라고 하는데, 이를 이길 사랑과 정성의 뜨개질 한번 시작해 보자. 어렵지도 않다. 시작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주변에 있는 뜨개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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