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드디어 막이 오르다!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의 이야기 ‘집에는 좋은 일 있을 겁니다’

12월 29일 안양아트센터 수리홀에서 공연

지역내일 2012-12-26

“아이고, 누구 닮아 저리 게을러 터져가지고. 아휴.”
“얘 외탁했다! 에미 처녀적이랑 꼭 닮았구만!”
“할머닌, 그럼 나두 엄마처럼 뚱뚱해진다는 거야?”
“그럼, 딸년이 에미 닮지 뭐 어디 가?”
“망할 년! 누군 뭐 처음부터 이렇게 쪘는 줄 알어? 엄마도 처녀 적엔 44사이즈였어. 왜 이래?”


어디서 들어 봄직한 익숙한 대사들. 12월 19일 대통령선거일. 모두 투표를 마치고 한가할 시간. 적막한 안양아트센터 수리홀 에서는 연극연습이 한창이다. 이들은 안양문화예술재단의 공연 참여 프로젝트인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1기 단원들로 12월 29일 공연을 앞두고 휴일에도 나와 막바지 연습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제 관객이 아니다. 무대에 선 주인공이다.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단원들은 지난 5월 처음 모집된 이후 첫 주를 제외한 매주 금요일 평촌아트홀에서 연극의 모든 것을 익혀왔다. 연출, 연기, 극작뿐 아니라 무대미술, 조명, 무대의상, 음악 등 연극계를 이끌어 가는 최강의 강사진의 강의와 더불어 실습을 통해 연극을 기초를 다졌고, 지난 10월에는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배정 받았다. 그리고 2달. 12월 29일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연극 제목은 ‘집에는 좋은 일 있을 겁니다’로 산부인과, 내 아이의 선생님, 모전여전, 사부인이 된 어머니 등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단원들의 실제 경험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이야기이다.
무대에서는 한 팀이 소품과 의상을 맞춰보면서 연출자 김종인 용인대 교수의 지도아래 실제 연극을 하듯이 연습을 하고 나머지 팀들은 무대에 오를 순서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무대 뒤 소품실이나 분장실 등에서 연습에 한창이다. 연습인데도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모전여전’의 엄마 김정숙여사 역할을 맡고 있는 임정화(43)씨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실감이 난다”며 “집에서 대사연습을 할 때면 딸이 평소 자기 이야기라며 당황해 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이젠 집에서 대사연습을 할 때면 아이들이 먼저 알아서 다음 대사를 줄줄 외기도 한다고.
‘산부인과’의 임산부 역할을 맡은 최수진(41)씨는 “처음에는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고 자기것 외우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서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연극을 통한 자기 고백, 이게 바로 힐링
현재 배역을 맡아 실제 연극무대에 서는 인원은 27명. 그리고 의상과 소품을 담당하는 이수현(41)씨까지 총 28명의 단원이 2번의 공연을 A,B팀으로 나누어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들 맡은 역할에 불만은 없는 걸까? 모두들 대본을 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배역 2~3가지를 준비해 연출, 조연출, 작가 앞에서 오디션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모두들 배역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각자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잘 맡은 것 같다고 여기는 듯 했다.
대학에서 연극동아리 활동경험이 있다는 전명주(38)씨는 “무엇보다도 연습시간 맞추기가 가장 힘들다”며 “그래도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대화도 잘되고 열정이 넘쳐 연습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6개월 이상을 함께 하면서 단원들끼리의 유대감도 높아진 듯 하다.
변윤희(49)씨는 “설거지를 할 때나 걸어갈 때, 문득 대사를 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하다”며 “오직 나만을 위해 쓰는 시간이라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수진(41)씨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강의도 좋았지만 자기 얘기를 털어놓은 시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몇 년 동안 털어놓지 않았던 것을 털어놓는 시간이었고 그러고 나니 속이 후련하고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제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은 29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올해 활동을 마감한다.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단원들은 2012년 한 해가 정말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올해의 유쾌한 반란이 내년에도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프로젝트를 2013년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공연시간은 오후 3시, 7시이며 관람료는 전석 1000원이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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