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유명 음식점 VS 동네 맛집

지역내일 2012-12-20

  
필자는 먹는 것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편하게 먹고 바쁘게 움직이는 편이다. 하지만 휴게소 음식은 먹지 않는다. 휴게소 음식점은 항상 뜨내기손님으로 북적이고 또 이 손님을 놓치더라도 다음 버스가 또 다른 손님을 잔뜩 태우고 들어오기 때문에 음식에 정성도 없고 맛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가더라도 내가 잘 아는 동네 맛집에 가서 식사를 한다.


필자에게 기숙학원에 대한 문의를 하시는 학부모가 많은 편이다. 그러면 기숙학원 = 휴게소 음식점이라고 설명한다.
필자는 기숙학원에서 여러 해 근무하였고, 특히 방학에는 여러 기숙학원을 다니며 특강도 하였다. 그런데 기숙학원 방학특강을 하면서 필자는 내가 꼭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휴게소음식점의 주방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을 대충 내놓아도 불평할 사람도 없고, 좋은 음식을 내놓는다고 해서 고마워할 사람도 없는…
그 당시 같이 근무하던 선배 영어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당 영단어 500개씩을 외우게 하고 주말에 테스트를 보긴 했지만 안 외우는 학생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왜 재시험을 보지 않는지, 왜 외울 때까지 공부시키지 않는지 물었다.
그때 그 선생님의 대답은 “그러면 서로 피곤해. 난 약속대로 시험을 봤으니, 안 외운 학생들 잘못이고, 또 내가 계속 재시험보고 닦달하면 학생들이 날 싫어해. 그리고 어려운 단원은 넘어가고 쉬운 부분을 강의하면 학생들도 뭔가 기억에 남으니 조금이라도 배운 것 같잖아. 그러면서 5주가 지나가는 거고 그러고 나면 학생들도 좋아해. 다시 볼 것도 아닌데 뭐.”
결국 적당히 학생들과 타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같이 강의했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랬던 것 같다. 그 선생님들 대부분이 방학동안 여러 기숙학원으로 특강을 다니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어떤 성향의 손님이 올 지 예측할 수 없는, 그러니까 오늘은 된장찌개가 많이 팔릴지, 김치찌개가 많이 팔릴지 알 수 없는 휴게소 음식점 같은 기숙학원.
기숙학원의 학생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공부를 못하는 학생. 그 중간의 어중간한 학생은 보기 힘들었다. 아니 그런 학생들은 존재감이 없어서 기억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학부모는 TV와 스마트폰과 같은 각종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공부만 한다면 등급을 더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큰돈이 들더라도 기숙학원을 보내실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못하는, 또 안 하는 학생의 학부모는 이 긴 방학 집에서 빈둥대는 게 보기 싫으니까, 그래도 억지로라도 기숙학원에 보내놓으면 조금이라도 공부하겠지하는 생각으로 학생을 보내시는 것이다. 
이렇게 성향이 완전 다른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받는 학원의 분위기는 어떻겠는가? 어느 학원에 어떤 학생이 더 많이 모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길고도 중요한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무엇보다 내 아이에게 집중해 줄 수 있는 학원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내 아이의 장기적인 학습 플랜을 위한 확실한 프로그램을 갖춘 학원, 언제든 찾아가서 아이의 담당 선생과 아이에 대한 상담이 가능한 학원을 찾아야 한다.
겨울방학에만 치고 빠지듯 특강을 개설하는 학원, 또 그러기 위해 어디어디에서 강의한 적이 있다는 초빙해 왔다는 선생님. 그러나 그런 학원이나 선생님은 내 아이 입시의 결승점까지 같이 가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을 찾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직접 방문 상담을 해야 한다. 물론 학생과 함께 말이다. 결국 음식 먹을 사람은 아이가 아닌가. 엄마 입에 맞는 음식이라고 먹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먹일 수는 없는 일이니, 아이가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도록 곁에서 조언해 줄 수 있는, 긴 입시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게 페이스 조절해 주며 끝까지 함께 뛰어줄 수 있는 그런 학원과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늘 그 자리에서 언제나 배반하지 않는 맛과 정성으로 나를 맞이하는 우리 동네 나만의 맛집처럼…

카오스입시전략연구소 김경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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