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에서 횡성 쪽으로 달리면 둑실마을이 나오고 미술관 자작나무 숲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마을을 지나 비포장 흙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길이 끝나는 곳에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비밀의 정원 같은 숲이 펼쳐진다. 이 숲의 전시장과 스튜디오, 언덕 위의 하얀 집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커피향기가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이곳의 숲지기이자 사진작가인 원종호 관장을 만났다.
미술학도였던 그는 백두산에 올라 자작나무를 보고 반해 선산이었던 이곳에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정원과 숲, 전시장의 인테리어까지 손수 꾸며 지금의 미술관 자작나무 숲이 완성됐다. 이 숲 자체가 미술관이자 그의 작품인 셈이다.
그는 가늘지만 꼿꼿한 자태를 자랑하는 자작나무와 닮았다. 외모도 그러하지만, 소신이 분명한 성격 때문인지 그 느낌이 흡사하다. 숲지기로 지내는 그의 철학은 ‘자연 그대로’다. 숲을 마치 자신처럼 아끼고 돌보며 어떤 경우에도 화학비료나 제초제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쓰레기통도 없어 음식 반입도 금지다. “개발은 편리함을 줄 수도 있지만, 자연을 훼손시켜 특유의 편안함을 앗아가기 때문”이라고 그다운 이유를 밝혔다.
그의 사진은 강원도와 자연을 주로 표현한다. 대표작으로 ‘치악산’과 ‘심연’이 있다. 심연은 하얀 자작나무의 강력한 에너지를 흑백의 조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횡성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주제로 삼게 되었다”며 가장 편안한 안식처라고 말한다. 스스로 숲지기라고 자처하는 그가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은 역시 ‘미술관 자작나무 숲’이 아닐까싶다.
임유리 리포터 vivian8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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