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영혼’ ‘대부’ 고전영화 보러갈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작영화 일년 내내 상영

지역내일 2012-12-19

당신에게 ‘영화 한 편’은 어떤 의미인가? 올 한해만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900편이 넘고 영화 산업이 발전할수록 영화가 단지 심심한 시간을 채워 줄 오락거리로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나 몇 몇 영화들은 그 감동이 쉽게 잊히지 않고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은 영화’로 기억 속에 갈무리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속 장면이 불쑥 불쑥 돋아나 토닥토닥 힘겨운 삶에 위로가 되기도 하고, 돌아 갈 수 없는 추억의 저편에서 나를 손짓하는 영화. 살다보면 이런 영화가 한두 편씩 있게 마련.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영화는 분명 명작임에 틀림없다. 명작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희소식이 날아왔다.
지난 11월 안산 중앙동 옛 대한극장에 추억의 영화관 ‘명화극장’이 개봉한 것이다. 지난 7월 폐관한 서대문 아트홀(옛 화양극장) 운영자인 김익환씨가 경기지역 관객들을 위해 극장을 안산으로 옮긴 후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 하고 있다.


추억의 영화 다시 보며 감동 되새김
“젊었을 때 이 영화를 봤을 땐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하는 장면에 감동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마지막 장면이 가슴에 콱 와서 박혔어요. 인생이 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중에 기회 되면 또 보고 싶어요”라는 박정희 할머니. 금천구에 사시는 이 어르신은 존 케빈 주연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안산 나들이길에 나섰다. “그래도 서울 가는 것 보다 여기가 가차와서 좋아. 일요일에는 친구랑 같이 올 건데 뭐 하누?”라며 리플렛을 집어 들고는 극장 밖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명화극장의 주 고객은 이처럼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5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티켓가격이 단돈 2000원이다. 55세. 노인이라 부르기 적당하지 않은 나이지만 남들보다 일찍 퇴직한 ‘사오정’세대와도 문화의 혜택을 나누고 싶어서 정해진 금액이다. 55세이상 일행과 동행한 사람들도 모두 2000원이다. 다만 영화학도나 젊은이들끼리만 볼 때는 7000원을 내야 한다.
안산 명화극장은 11월 개봉 후 모정, 닥터지바고, 벤허,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등 고전영화를 3일 단위로 상영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공룡과 싸우는 틈새극장
안산명화극장 김은주 실장은 “아직은 이 지역 관객들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외국영화와 국내 영화를 섞어서 3~4일씩 상영하고 있다. 개관한지 한 달쯤 지났는데 예상외로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줘서 앞으로 안산명화극장이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명화극장은 요즘 유행하는 멀티플랙스 영화관과는 확실히 다른 극장이다. 명화극장이 자리잡은 중앙동 옛 대한극장 자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기 전 3개관을 운영하는 안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었다. 그러나 대형배급사가 세운 극장과 경쟁에서 밀려난 후 지난 7년간 문조차 열지 못했고 2개관은 이미 다른 용도로 변경해 영업 중이다. 서대문 아트홀 폐관 소식을 접한 건물주가 이전을 제안해 ‘안산명화극장’으로 변신했다. 극장 안에 들어서면 옛날 느낌 물씬 나는 객석의자며 실내인테리어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상영되는 영화 화질은 옛날 필름영화보다 훨씬 깨끗하고 사운드도 마치 어제 첫 상연한 영화처럼 또렷하다.
김은주 실장은 “보유하고 있는 작품 모두 디지털로 작업했기 때문에 화질이 아주 깨끗하다. 아마 추억 속 의 장면들을 떠올리시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한다.


부모님과 함께 보는 추억의 영화
안산명화극장이 보유하고 있는 고전영화는 200편이 넘는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는 데미 무어와 페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사랑과 영혼’이 12월 30날부터 1월 1일까지 ‘대부’가 상영 예정이다. 이 처럼 제목만 들어도 감동이 살아나는 영화들이 매일 상영된다.
아버지 김익환씨와 함께 극장을 운영하는 김은주씨가 고전영화 극장 운영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세대간 공감과 소통’을 위해서다.
명화극장 개관 후 ‘벤허’ 본 한 부부는 다음 주말 아들, 손자와 함께 손을 잡고 극장을 찾기도 했다.
“아침부터 전화 하며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봐 노심초사 하시던 그 부부의 마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3세대가 함께 영화를 보고 가족들끼리 어떤 대화를 했을까 상상해 보면 참 재밌다”는 김은주씨. 영화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 짐작했다.
안산 명화극장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안산의 특성을 살려 매 주말에는 다문화 영화 상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발리우드 대표작인 ‘내이름은 칸’이나 중국에서 인기를 끈 ‘초한지’, ‘삼국지’가 상영된다. 자세한 문의 070-8885-3827.
하혜경 리포터 ha-nul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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