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이 넘는 연세에 자신이 가진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이웃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바로 신정 7동에 거주하고 계시는 김영자 할머니가 그 주인공. 김영자 할머니는 당신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연세임에서도 오히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배운 것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며 행복을 찾고 계신다고 하는데. 할머니의 행복 찾기를 쫓아가 보도록 하겠다.
나이는 숫자일 뿐! 자신의 재능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누기
‘쿵덕쿵 쿵덩덕 당당~.’
단풍이 최절정이었던 10월의 마지막 날. 신목종합사회복지관 1층 강당에서는 흥겨운 장구 장단에 맞춰 성인 지적장애인 17명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다. ‘장구교실’에서 이들 지적장애인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민요와 사물놀이를 지도하는 강사는 양천구 신정 7동의 김영자 할머니. 주민등록상 36년이라고 등록되어 있는 할머니의 연세는 실은 출생년도보다 6년이나 늦게 기재가 된 나이라고. 원래대로라면 김영자 할머니는 여든 셋의 연세라고 한다. 하지만 장구채를 잡고 구성진 민요를 부르시며 재능기부 봉사를 하는 할머니의 모습에는 열정과 젊음이 넘친다.
3시에 시작된 신목사회복지관 지적장애인 장구교실은 4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그런데 김영자 할머니의 ‘장구교실’ 수업은 이날만 세 번째 봉사활동이다. ‘장구교실’의 세 번째 수업이 아니라 이날 해야 할 봉사활동 세 번째 수업이라는 것. 오전에 철산리 경로당 치매센터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후 신목행복자리 노인요양센터 풍선아트 수업 봉사 그리고 다시 이곳에서 장구교실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뿐 아니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양천복지관과 다솜어린이집,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등에서 사물놀이와 민요를 가르치며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고 하였다. 민요수업이 있는 사이사이에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마사지와 배식 봉사도 하고 계시다는데. 젊은 사람들도 하루에 봉사활동 하나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 에너지가 대단하시다.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 나눔과 섬김의 행복
젊은 사람보다도 에너지가 넘치는 김영자 할머니의 장구수업에 리포터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었다. 악보가 없는 리포터에게 자신의 악보를 친절히 양보해준 친구 덕분에 군밤타령과 뱃노래, 너영나영 타령을 함께 부르게 되었는데 어깨가 절로 들썩거린다. 흥겨운 가락에 맞추어 장구, 북, 등을 치며 장단과 민요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는 이 수업을 통해 지적 장애인 친구들은 학습효과와 함께 치료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강당에서 지적 장애인 친구들의 집중을 돕던 신목종합복지관 조은혜 복지사는 “열정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해주시니 감사해요. 힘드실 텐데도 정말 열심히 지도해 주시거든요. 할머니의 수업을 친구들도 참 좋아한답니다.”라며 지적 장애 성인들을 지도하는 수업을 열심히 지도해주시는 김영자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신목종합복지관에서 김영자 할머니와 함께 수업 지도 봉사를 하는 오명환(67·양천구 신정 2동)씨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젊은 사람보다 더 열심이신 할머니의 모습에 저도 많은 자극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김영자 할머니는 수업을 하면서 17명의 학생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기 의사 표현이 힘들고 다른 사람 말귀도 잘못 알아듣는 사람들이지만 장구교실 수업을 시작할 때면 너무나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더라고. 젊은 사람들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덕분에 나 또한 즐겁게 수업할 수 있어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나이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는 기쁨이 젊음과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배워서 남 주자~! 배워서 하는 재능기부 봉사활동
젊어서 장사를 하시며 가끔씩 봉사활동을 하셨다는 할머니께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시게 된 계기는 하시는 일을 그만두고 사물놀이를 배우면서라고 했다. “20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였지만 재능기부를 하게 된 것은 11년 전 사물놀이를 배우면서였지. 유치원에서 아기들 프로그램을 상의해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배운 장구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민요도 유치원 아이들에게 알려주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곧잘 따라하는 거야. 그렇게 아이들을 지도하다가 양천복지관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는데 이제는 여러 군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라고 이야기하신다. 남들은 ‘힘들어서 어쩌냐?’, ‘그렇게 활동하면 돈이 나오냐?’ 라고 묻지만 김영자 할머니는 “눈 떠서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라고 이야기한다.
흥겨운 사물놀이와 민요에 재능이 있으시고 연세보다 젊은 외모와 넘치는 에너지를 갖고 계신 할머니는 젊은 시절 편안한 삶만 살아오셨을 것만 같았는데. 하지만 고운 인상 뒤로는 어려운 시절을 보낸 할머니의 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국가유공자로 몸이 불편한 첫째 아들과 머리를 다쳐 가끔씩 이상행동을 보이는 둘째 아들을 둔 기초수급대상자라는 것. 젊어서는 생선 좌판에 식당일, 가게 운영 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운명을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였다고. 항상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끊임없이 배우는 김영자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작은 시련에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가 가진 긍정의 힘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복지관을 나서는 김영자 할머니는 가지고 다니시는 배낭 속에서 잘 묶은 귤 꾸러미를 건네주신다. 마다하는 리포터에게 온화한 미소를 얼굴 가득 띠우며 계속 권하시니 송구스럽지만 받아들 수밖에. 단풍처럼 고운 빛깔의 귤 덕분에 마음이 따스해진다. 건강을 위해 집까지는 걸어서 돌아간다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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