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KBS ‘퀴즈 대한민국’의 퀴즈 영웅에 오른 주인공은 아산 온양고에 다니는 18살 염상진군이다. 쟁쟁한 성인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 상금 4000만원과 연말 왕중왕전 출전권을 거머쥔 비결로 그는 독서를 꼽는다. 분야별로 책을 많이 읽고 모르는 단어, 개념은 따로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보며 정리했다고 말한다. 퀴즈왕 염군이 추천하는 고교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 가운데 ‘국어교과서 작품 읽기’가 특히 눈길을 모은다.
모든 공부의 기본 ‘국어 실력’
“수능시험에서 학생들이 국어를 어려워하는 것은 수학, 영어와 달리 출제 범위, 난이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학 등 여유가 있을 때 교과서 수록 작품을 다양하게 읽어두면 국어의 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습니다.” 김호창 하이논술 대표는 권한다. “교과서가 다양해진 만큼 학생들이 주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정독하며 배경 지식을 쌓는다면 요즘 강조되는 자기주도형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여성오 C&A 논술아카데미 원장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어는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고 영어, 수학은 최상위권인데 유독 국어에 약한 학생들이 꽤 많다. 특히 국어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는 독해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
독서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문제집만 많이 푼다고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능시험은 주제, 핵심 찾기 등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고교생을 가르쳐보면 등급 하나 올리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다들 전력질주 중이니까요. 그런데 읽기 실력이 다져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성적 올리기가 수월하더군요. 중학교 시절 등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독해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현직 수능 전문 강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교과서 문학작품 읽으며 사고력· 감수성 길러
그렇다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방학 중에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좋을까? 현직 교사들은 아이 수준에 맞는 책읽기의 첫 단계로 국어 교과서를 정독하라고 추천한다. 국어책은 학년별로 꼭 알아야 하는 어휘, 문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독해력,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교재다.
그런데 중고교 국어교과서는 2010년부터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수십 종으로 늘어났고 학교마다 교과서가 다르다. 게다가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2013년부터 새로운 교과서가 선보이게 된다. 16종의 개정 교과서는 내년 1학기부터 사용되기 시작, 2015년까지 전 학년의 교과서가 바뀐다. 학년별 구분이 없어지고 ‘생활 국어’ 교과서가 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이 16종의 국어교과서를 꼼꼼히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대안으로 교과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학 작품 읽기부터 시작하라고 교사들은 권한다.
“책을 읽는 동안 문학적 감수성, 상상력이 길러지고 독후 활동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기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어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점수로 이어집니다.” 용인 흥덕고 류대성 교사의 설명이다.
16종 교과서에서 엄선한 시, 소설, 수필
창비에서는 어떤 국어 교과서로 배우든 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시, 소설, 수필을 엄선한 후 작품 설명과 사고력을 키워주는 활동지를 함께 엮은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발행 3년 만에 누적 부수 1백만 부를 돌파하며 학교와 각 가정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2013년부터 바뀌는 교과서에 맞춰 ‘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중1’ 개정판을 새로 선보였다.
16종의 검정 교과서는 각 집필진 특성에 따라 수록된 작품이 다르고 작품 난이도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를 감안해 창비 시리즈는 아홉 명의 현직 국어교사들이 중1 수준에 알맞으면서 교육 효과가 높고 여러 교과서에 중복해서 실린 작품을 우선적으로 골라 실었다. 또한 전국 각지의 교사 140여명을 작품 선정 단계부터 편집 과정에 참여시키며 꼼꼼하게 자문을 구했다.
“학교 시험 준비나 문제 풀이용으로 읽기 보다는 먼저 문학 작품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좋습니다.” 엮은이로 참여한 옥천 이원중 오정오 교사는 감성적 읽기를 권한다.
창비 시리즈는 시, 소설, 수필 갈래마다 작품을 읽은 뒤 생각을 표현해 보는 독후활동 코너가 그동안 독자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개정판에서는 이 부분을 더욱 강화했다. “독후활동은 정답 풀이식 공부가 아니라 내용을 음미하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보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과 문학적 감수성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라며 인천남고 김은영 교사는 창비 시리즈의 알찬 구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학년별로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별로 작품을 찾아보기 쉽게 묶은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곧 겨울방학이다. 알차게 방학을 보내기 위해 문학의 재미를 맛보며 국어 실력을 쌓기 위해 교과서 작품 시리즈 읽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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