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하면 대부분 돈을 번다. 노숙자 생활하던 K씨가 단주를 하더니 용역에 나가 일하기 시작하였다. 술을 끊고 버는 대로 저축하니 2년도 안되어 2,000만원을 모았다. 복지원을 나와 여관에 월세방을 얻고 독립생활을 하며 장래를 계획하겠다는 것이 그 무렵이었다.
그러나 단주한 지가 벌써 수년이 되었으나 아직도 형편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 수도 있다. 대개는 무모하게 벌인 사업체의 부도나, 그 때 얻은 빚을 아직 갚지 못한 지난날 과음의 후유증 때문인 수가 있다.
또 이제는 남들만큼 버는 것 같은데도 웬일인지 여유가 없어 보이는 수도 있다. 단주한지 꽤 되었음에도 아직도 지난날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지랖 넓게 늘 자신보다는 주위의 타인들을 먼저 살피고 챙기려 하고, 남들 앞에만 서면 언제나 호기를 부린다. 버느라고 무척이나 애쓰는 것에 비해 쓰는 데에는 생각이 별로 깊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든 단주를 하면 지난날보다 경제적 상황이 나아진다. 여기에서 단주를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은 단지 돈을 더 잘 벌어 소득이 많아진다는 뜻만이 아니다. 치료를 받은 후 단주를 제대로 생활화하면 생산성이 높아진 것 이상 쓸데없는 낭비를 하지 않아, 그래서 더 남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본인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전체의 경제형편도 호전된다.
무엇보다도 과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낭비가 줄기 때문이다. 주류 구입비용은 물론 으레 많이 피우기 마련인 담배 값도 감소한다. 과음으로 인한 각종 사고의 처리와 보상에 드는 비용, 신체 질환의 검진과 치료비용, 업무적 실수와 손해에 대한 비용, 법적 절차에 소요하는 비용 등 수많은 낭비가 줄어든다.
본인은 물론 과음으로 인한 가족들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폭력으로 인한 외상, 정신적 외상에서 기인한 배우자의 우울증, 섭식 장애나 갑상선장애와 같은 정신신체질환들, 자녀들의 소아정신과적 문제에 대한 진료비용도 건강한 가정이라면 전혀 관계없을 경제적 부담인 것이다.
독일의 Hans Joachim Salize박사는 일 년간의 단주치료 후 조사한 결과, 술값, 담배 값, 알코올중독인 사람 챙기는 비용 등으로 한 달에 평균 $832.26의 비용이 들었는데 치료 후 $178.89로 감소하였고, 이는 세전 소득의 20.2%에서 4.3%로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추세는 단주 치료 후 다시 재발한 경우에도 유효하였는데 다만 금액의 차이는 더 적어졌다고 한다.
알코올중독의 치료와 비용에 대해 관심이 있는 정책입안자라면 마땅히 이러한 결과를 참고하여야 한다. 단주 치료는 그 비용을 감안해도 과음 문제의 본인에 대한 효과 이외에 그의 배우자, 자녀들, 부모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이득이 있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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