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두뇌학습클리닉
이명란 소장
김연아를 향한 나의 관심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무엇이 운동종목의 하나인 피겨에서 예술작품에서나 느낄 수 있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걸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을 일등공신으로 꼽고 싶다. 피겨의 여왕이라는 찬사 뒤에 존재하는 온갖 어려움을 견뎌낸 강인한 정신력과 투혼이 김연아의 진정한 모습이고 그 모습을 우리는 아끼고 사랑하고 늘 감동하게 된다.
그녀의 현란하면서도 우아하고 화려하면서도 유려한 움직임을 보면서 가끔은 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녀의 귓속 전정기관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다른 사람에게는 비약일지 몰라도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로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싫어하고 심지어 책을 읽기만 하면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날마다 대하는 나에게는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으로 글자를 보고 소리를 내는 것인데 이때 연결된 단어를 따라 눈이 쭉 움직이게 된다. 바늘 가는 곳에 실 가듯이 움직임 있는 곳에 전정기관이 있다. 책을 읽을 때의 눈의 움직임은 전정기관에 영향을 준다.
책은 한 줄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분 이상 책을 보기 위해 눈동자를 움직이다보면 전정기관이 약한 아이들은 어지럼증과 비슷한 기분 나쁜 감각 때문에 책을 더 이상 보기가 힘들어진다. 힘들다 보면 책 읽기가 싫어지고 한 줄이라도 더 읽히고 싶은 엄마 맘도 모르고 “엄마가 읽어 줘”라며 읽기를 피하고 듣기를 자청한다. 읽기를 피하거나 20분 이상 책을 안 읽으려고 하거나 잘 틀리고 더듬고 조사를 빠뜨리고 읽거나 읽기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면 책 읽기 시의 눈의 움직임이 전정기관을 자극해서 생긴 미세한 불편함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음을 상기하고 있어야 평생을 간다는 읽기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를 짐작해볼 수 있는 다른 증상으로는 자동차를 타면 졸기 시작하거나, 차를 오래 타는 것을 싫어하거나 바이킹이나 청룡열차 타는 것을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무서워하고,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행동이 굼뜨거나 서툴고, 운동을 못하거나 운동을 배울 때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다.
읽기 유창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전정기관만은 아니지만, 전정기관도 당당하게 한 몫을 하므로 읽기가 또래에 비해 어려울 때 여러 가지 원인과 더불어 전정기관도 떠올려야만 읽기 장애의 원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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