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0주년이 된 극단 ‘골목길’의 연작 페스티벌의 첫 번째 작품으로 12월 16일까지 76스튜디오 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쥐>. 이 작품은 1998년 초연에 이어 2003년에도 재연되었던 박근형 작, 연출인 ‘골목길’의 핵심작품이다. 초연 당시에도 파격적인 연극이란 평을 받았던 연극 <쥐>는 살육과 식인, 근친상간, 폭력이 너무도 일상적으로 행해지며 그 과정에서 가족 상호간, 살해자와 피살해자 사이에서 우애와 행복이 넘쳐나는 가족의 풍경이 그려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찌 보면 서로의 살을 뜯어먹고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이나 비정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섬뜩하도록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집안에 들끓는 쥐. 그들은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간 둘째 아들과 막내딸을 기다린다. 나름대로 가족의 도리를 잘 지켜나가던 큰아들은 그들이 행하지 못한 가족의 도리를 탓한다. 그들에게 가족의 도리란 어머니는 쥐떼들과 악전고투하며 창고에 고인 물을 퍼내는 것, 며느리는 가족의 대를 이을 아이를 생산하는 것, 둘째와 막내는 가족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구해오는 것이다. 큰아들이 열변을 토한 가족의 도리에 둘째와 막내는 다시 밖으로 나가 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들에게 생명을 유지시켜 줄 식사가 준비된 것이다. 그 아이로 가족들은 배를 채우게 되는데…….
스토리만으로도 섬뜩한 이 이야기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기 자신만 살려고 광분하는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이란 평가이다. 이 작품에는 엄효섭, 윤제문, 천정하, 고수희 등 중견 연기자들이 출현해 농익은 연기를 펼친다.
12월 16일까지, 76스튜디오 극장, 문의 (02)6012-2845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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