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가위 없인 못살아! 낮에는 미용사 밤에는 고기맛집 사장

가위소리만 들어도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구분...앞으로 미용봉사도 이어갈 계획

지역내일 2012-11-21

“고기가위는 투박한 반면 미용가위는 날카롭고 예리하죠. 차로 비교하자면 고기가위는 지프차, 미용실의 미용가위는 중형차의 느낌인거죠.” 



구미 형곡동에서 낮에는 미용사로 밤에는 삼겹살과 소고기 맛집 사장으로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가위를 들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사나이갑바와 모모스토리를 운영하고 있는 가위손 정명식 사장이 바로 그다. 싹둑싹둑 가위소리만 들어도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가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손님들이 원하는 헤어스타일 만들어주고 싶어 

“손님들이 ‘머리손질을 못하겠다’, ‘머리를 잘랐는데 맘에 안든다’는 등 헤어스타일에 대한 상담을 해오면 왁스를 발라 직접 만져주기도 하고 간단하게 정리해주기도 하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있어요.” 



고기집 사장이기 이전에 20년 경력의 유명 헤어디자이너였던 정 사장은 “음식과 머리카락은 상극이다”라고 하며 “손님들에게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주고 싶어 근처에 모모스토리 미용실을 오픈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미용실에서 미용가위를 들고 있는 정 사장은 사실 미용업계 대박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울산에서 가족미장으로 4개의 분점을 내고 전국소기업 소상공인 대회에서 모범소기업소상공인 부분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타기도 했다. 

“미용업계에서 최고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계에 부딪혔다”는 정 사장은 “미용에 대한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뭔가 다른 업종에 도전해 보고 싶어 고기집으로 외도(?)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구미 맛집 위해 늘 노력

“음식에 관심이 많고, 맛을 내는데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하는 정 사장은 사나이갑바에서도 또 다른 대박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갑바와 돼지갑바의 한결같은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있는 비결이다. 

또한 삼겹살 소고기집 체인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사장은 “체인점 프랜차이즈는 그냥 막 개설하는 게 아니라 맛의 조건과 음식점 철학 등이 부합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고기도 결에 따라 잘 잘라야 맛있다”는 정 사장은 육즙 그대로 쫄깃한 고기 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입구 한켠에서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이용해 손님들에게 손수 초벌구이를 해주고 있다. 또 고기도 축산물도매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 수십 군데에 가서 직접 맛을 보고 깐깐하게 선별해온다. 

손님들에게 더 나은 고기의 맛을 위해 양념개발 등 항상 연구하고 있다는 정 사장은 “요즘 고기집에서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것을 연구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사장은 “고기를 자르는 가위와 머리카락을 자르는 가위 둘 다 매력 있고 재미있다”며 “앞으로 전에 해왔던 것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용봉사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취재 안정분 리포터 buni@hanmail.net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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