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바른 먹거리 강좌를 찾아서
“배우고 경험한 만큼 달라지는 식습관, 아이들에게 착한 맛의 기억을 남겨주세요”
우리 뇌는 맛을 기억한다. 무엇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기억의 저장고에 쌓아 둔 맛의 경험이 되살아 난 것이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도록 하는 것은 영양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 맛의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 맛의 기억이 풍부할수록 다양한 맛의 세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아이들은 맛의 기억이 빈약하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식재료가 내는 고유의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릴 적 식습관은 평생 건강의 밑거름이 된다. 아이들에게 착한 맛의 기억을 많이 남겨줄수록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해 갈 것이다. 이번주 내일신문에서는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아이들을 위한 바른 먹거리 강좌를 찾아가 보았다. 직접 요리도 하고, 다양한 식재료의 특성과 바른 먹거리에 대해 배우며, 아이들은 건강의 밑천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고양생협,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 요리사
“우리 몸과 지구를 살리는 요리비법 배워요”
“얘들아, 지금 황금들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농부 아저씨들이 쌀을 수확하고 있어요~”
“그래, 지금은 우리 밥상에 빠짐없이 올라오는 쌀을 수확하는 때야. 그래서 이번주 수업은 쌀을 활용한 요리란다. 바로 쌀강정과 떡꼬치지. 자, 그럼 한번 만들어 볼까!”
지난주 화요일 고양생협 탄현교육장에서는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 요리사’ 수업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몸과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건강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이다. 주로 제철음식을 이용한 어린이 간식과 우리 전통음식인 절기 음식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업에서 30분 정도는 바른 먹거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한시간 동안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 후, 요리 일지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수업을 이끌어가는 고양생협의 허선주 교육위원장은 “아이들에게 오늘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의 특성과 왜 우리가 이것을 만드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며 “직접 요리를 하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식생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해솔초 2학년 안예담 양은 “선생님께서 음식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늘 건강을 생각하게 된다”며 “가끔 다른 친구들처럼 인스턴트식품이나 과자가 먹고 싶지만 채소나 과일, 제철음식처럼 몸에 좋은 먹거리를 즐겨 찾게 된다”고 말했다. 호곡초 2학년 권도은 양은 “오늘 쌀강정을 만들면서 조청에 대해 알게 됐는데, 조청이 설탕보다 맛있고 몸에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유익했다”며 “내 손으로 몸에 좋은 영양간식을 만들 수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
고양생협의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 요리사 프로그램은 학기별로 진행되며 현재 1기에 이어 2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는 고양생협에서 제공하는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식재료를 자주 접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양생협에서는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 요리사 외에도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는 방학특강 프로그램과 매달 어린이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31-918-0620
코뿔소 어린이 요리학교 ‘부엌놀이’
“어린이를 위한 평화밥상 수업 열려요”
코뿔소 아동미술연구소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요리학교 프로그램인 ‘부엌놀이’ 수업을 개강한다. 부엌놀이 수업은 ‘평화가 깃든 밥상’의 저자인 문성희 자연요리 연구가의 제자들이 진행하는 수업으로 요리를 통해 자연과 소통하며 본능적인 맛의 감각을 되살리는 수업을 목표로 한다. 수업은 평화가 깃든 밥상의 마스터 과정을 수료한 김경린 강사가 진행한다. “어려서부터 자연에서 온 모든 식재료를 느끼고 경험해 볼 수 있다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힘이 생깁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먹거리의 중심이 잡히면 삶의 모든 부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코뿔소 부엌놀이 수업은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는 곡류와 과일, 채소를 사용해 자연의 맛을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계란, 육류, 어패류 없이 완전한 식물성 재료만을 활용해 어려서부터 건강하고 평화로운 밥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김경린 강사는 “맛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세포 속에 저장되는 것과 같다”며 “아이들이 자연의 맛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코뿔소 부엌놀이 수업은 겨울방학 특강을 시작으로 3월부터 정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031-812-5003
어린이 요리사 정발초 4학년 이지후 양
“천연재료를 이용해 건강음식 만드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고양생협 요리수업에서 만난 4학년 이지후양의 닉네임은 계란말이다. “제가 처음 제 손으로 만들어 본 요리가 계란말이에요. 정말 뿌듯했어요. 그래서 제 닉네임을 계란말이로 했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를 좋아하는 지후 양은 꿈도 요리사다. 4학년이지만 그동안 다른 곳에서도 꾸준히 요리를 배워왔다고 한다. 요즘은 우리전통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며, 예쁜 꽃으로 국화전을 만들어 본 수업이 제일 재밌었다고 한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생협 요리수업 덕분에 좋은 음식과 좋은 재료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 유익했어요. 천연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자란다. 바른 먹거리에 대해 배우며 아이들의 식습관은 아는 만큼 달라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유익한 음식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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