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은 뇌의 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을 비롯한 알코올 문제가 의지력 부족이라든가 도덕관 문제로 보는 수가 많으나, 분명히 뇌 기능의 문제이다. 흔히 쾌감 중추라고도 하는 뇌의 보상 중추 체계와 회로, 그리고 여기에 작용하는 신경화학적 기전의 병적 변화이다. 병적으로 쾌감과 보상을 추구하는 기전이 알코올중독의 잦은 재발 촉발의 이유이다.
쾌감이라는 보상을 추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퍽 정상적인 그리고 건강한 인간 행동 특성이다. 어떤 형태로든 행복해지기 위하여 사람들은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터에 나가 부지런히 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러한 보상 추구가 지나쳐서 강박적으로 그리고 충동적으로 집착하다보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져버린다는 것이다. 그 영향은 생활의 다른 영역까지 침해하여 결국 그 개인의 모든 삶 자체를 지배해버리는 꼴이 된다. 이쯤 되면 이를 중독이라고 하고, 중독적 행동은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쾌감을 주지 않는다. 중독적 행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무기력해진다. 이제는 쾌감이 아니라, 불쾌와 고통을 없애기 위하여 중독적 행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버린다.
무언가 부정적인 결과를 느끼기 시작하면 나름대로 끊어보려고 시도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술이든 담배든, 또는 도박이든 게임이든,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일단 중독이 되어버린 후에는, 끊는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제는 더 이상 쾌감을 주지도 않고 아무런 이득이 없이 해악만 남기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 모자란 사람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괴롭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가족들의 좌절감은 더욱 크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몇 번씩이나 맹세를 하고 나서도 이내 약속을 어기고 다시 전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괘씸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동안, 제일 큰 문제는 알코올중독은 고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중풍으로 반신마비가 왔다고 바로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장기간에 걸쳐 회복을 노력 한다. 뇌의 병이라 하루아침에 나을 수는 없을지라도, 꾸준히 재활을 위한 치료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획기적으로 회복하는 사람들도 있다.
알코올중독이 뇌의 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단지 굳은 의지나 단호한 결심으로 술을 끊겠다는 수가 흔하다. 그러다가 몇 번 실패하면 이내 포기해버리는 수도 적지 않다. 알코올중독의 기반은 병적인 쾌감 추구라는 뇌의 신경화학적 문제이다. 알코올중독 문제를 극복하려면, 뇌의 질환이란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근거한 합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잘 알지 못한 채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근거하여 대처한다면 번번이 재발만 이어질 뿐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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