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 화단의 나무도 붉게 물들고 가로수 은행나무는 노랗게 금빛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점차 물들어 가는 오색 단풍에 설렌 마음, 애써 진정시킬 필요는 없다. 전국의 단풍 명소를 찾지 않아도 한 발 한 발 느리게 걸어보는 것으로 충분한 단풍명소가 우리 지역 곳곳에 있다. 가을느낌 물씬 나는 안양지역 소문난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은빛 억새 군락 사이로 들리는 물소리 ‘학의천 산책로’
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끼고 싶다면 물억새의 은빛물결이 출렁이는 학의천변 오솔길을 걸어보자. 학의천은 안양천의 지천으로 백운산에서 발원해 안양천을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대표적인 도심하천이다. 노랑꽃창포 붓꽃 털부처 감국 등 초화류를 식재해 계절별로 다양한 꽃이 피고 물새 개구리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다. 특히 하천옆으로 비포장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청계 백운호수 입구까지 연결되어 있고 주변에 많은 공원들이 있어 길을 걷다 공원으로 올라 잠시 운동을 즐기기에도 좋다.
산책길에 만나는 돌다리를 퐁당퐁당 건너 자전거길에서 비포장 오솔길로, 오솔길에서 자전거길을 오가며 걷는 재미가 있고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들꽃들을 만나는 재미도 좋다.
요즘같은 가을의 학의천은 물억새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비산교에서 수촌교에 이르는 2.5km구간 오솔길을 중심으로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이리저리 휘날리는 갈대의 모습이 절정을 이루면서 가족과 연인, 그리고 홀로 사색에 잠기며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가을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학의천은 양쪽 도로변을 포함해 2006년 걷고 싶은 하천길로, 2009년에는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각 작품 사이로 짙은 가을빛 ‘국립현대미술관’ & 노랗게 물든 ‘관문로 은행나무길’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작품과 함께 가을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0월 동물원 옆 미술관 가는 길은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단풍이 절정이다.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엔 삼삼오오 한적한 가을날의 여유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화롭다. 온통 가을빛에 물든 미술관의 야외 조각품을 감상했다면 잠시 미술관 전시 프로그램 눈여겨보자. 현재 상설전시 ‘시적 사물_현대공예전시’무료로 진행중이다. 총 100여 점의 공예품을 통해 현대공예의 매력과 특성을 타 장르의 미술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편 23일부터 시작된 ‘몽유_마술적 현실’ 전은 어느 날 갑자기 토끼 굴로 뛰어들어 신비한 여행을 떠나는 ‘엘리스’처럼 시공의 경계를 뛰어넘는 ‘시간여행’의 주인공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비밀스러운 공간 속을 ‘몽유’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관과 더불어 과천 ‘관문로 은행나무길’은 도심 속 가을,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문로는 2004년 생명의 숲·산림청·유한킴벌리가 공동 주관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거리 숲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곳이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들이 하늘을 덮어 터널을 만들고 쌓인 잎들은 융단이 되어 걷는 사람들을 가을빛에 한껏 취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관문로에서 과천경찰서 사거리를 지나 만나게 되는 정부종합청사 길은 낙엽 밟는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들이 내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의왕 ‘자연학습공원’
아이와 함께라면 의왕 자연학습공원을 추천한다. 의왕역에서 철도박물관 쪽으로 알록달록 예쁜 단풍길을 즐기며 걷다보면 자연학습공원이 나온다. 2002년 10월 개장한 자연학습공원은 벚꽃나무의 빛바랜 잎과 단풍나무의 붉은 빛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각종 습지식물과 수서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습지대와 물레방아와 실개천이 흐르는 수변공간인 도섭지, 어린이의 학습을 돕기위해 애완조류와 가축류 등이 있는 미니동물원, 왕송호수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옥상전망대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습지대와 도섭지 사이사이에 나무다리가 있어 습지대와 도섭지 안에 들어가 식물과 생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자연학습공원은 왕송호수와 이어져 있다. 왕송호수는 수면이 넓고 참붕어와 가물치 등의 물고기가 많으며 청둥오리 원앙과 같은 천연기념물을 종종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른 저녁 노을빛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왕송호수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이 있다. 지난 4월에 개관한 의왕조류생태과학관은 상설전시관을 비롯해 크고 작은 다양한 전시시설이 마련돼 있다. 1층은 생태체험관으로 왕송호수의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고 2층은 조류 체험관으로 새들의 탄생과 성장과정, 왕송호수의 사계절과 새들의 조화를 체험할 수 있다. 3층은 수조실로 다양한 어류와 수서 곤충들을 관찰 할 수 있으며 5층 왕송 전망대에서는 왕송호수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다.
평화로운 시골정취, 납덕골 벽화마을과 당숲
군포시의 벽화마을 납덕골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정취를 듬뿍 느끼며 걷기 좋은 길이다. 4호선 대야미역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이면 속달동 납덕골에 도착한다. 오색벽화들로 둘러쌓인 이 마을의 풍경은 잠시 동화 속 나라를 여행하는 어린아이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허름한 담벼락마다 화사한 꽃이 활짝 피었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운치있는 풍경. 마을에 터를 잡은 ‘수리산갤러리’ 김형태 화가가 동료 화가 10여 명을 불러 마을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납덕골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군포 4경인 고목 60여 그루가 우거져 있는 당숲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납덕골에서 갈치저수지쪽으로 10여분만 걸으면 길 왼편으로 덕고개 마을 당숲이 보인다. 수령이 100~200년 된 굴참나무, 너도밤나무, 갈참나무, 서어나무 등 60여그루의 고목들로 이루어진 이 숲은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숲이다. 지금도 이곳 당집에서는 매년 음력 10월 1일이면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며 동제를 치른다. 덕고개 마을 주민들이 신성시 하는 이 숲은 짧은 거리지만 군포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단풍이 아름답다.
당숲을 지나 갈치저수지로 가는 길은 여유로운 시골의 가을풍경과 한적한 숲길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진한 가을향이 느껴지는 길. 군포벽화마을 납덕골에서 덕고개 당숲과 갈치저수지, 대야미역까지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맑은 가을,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시골길의 호젓한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백인숙 리포터 bisbis6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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